체코, 프라하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지에서 화려한 식사를 마친 후에 또 다시 화려한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체코에서 보헤미안식으로 며칠을 먹다보니 디저트, 특히 단 것 생각이 간절했다. 주식이 심심하고 단조로워서인지 '내가 본래 이런 입맛이었나?' 싶을 만큼 단 것이 당겼다.
본래 보헤미안은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 더 나아가 '집시'를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사회 관습에 구애받지않는 자유분방한 정신과 스타일을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때문에 보헤미안식이라고 하니 뭔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시골 농가의 집밥처럼 수수하고 투박한 음식일 뿐이다. 곱디 고운 밀가루로 만든 흰 빵보단 거친 질감의 시커먼 호밀빵에 가까운 음식들. 딱히 멋부리지 않은 음식들이라 시각적 매력도 별로 없고, 보이는 만큼이나 맛도 별 자극이 없어 한 없이 수수하고 밍숭맹숭. 다양한 양념에 익숙한 우리 입에는 심심하게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에 집중한 맛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뭔가 벌거숭이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체코에서 단 것들을 찾아먹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약간 심심한 단 맛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전에 내가 먹어왔던 단 것들과는 약간 결이 달랐다. 심지어 단 맛보다는 곁들여진 생크림 맛이 더 돋보이는 수준. ‘유제품의 질이 월등히 좋은가?’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체코 남부의 시골을 떠나 프라하에 와서 보니 그나마 꿀 케이크로 통하는 케이크가 있었다. 그간 먹었던 것들에 비해 달기는 하나 '꿀 케이크'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에 비해서는 역시 실망스러운 단 맛. 쓴 커피보다는 흰 우유에 더 잘 어울릴 맛. 저는 저절로 커피 생각이 나게 할 디저트를 원합니다! 눈물나게 단 맛 나는 디저트를 원해요!
그 언젠가, 진짜 보헤미안을 만나게되면 따발총을 쏘듯 묻고 싶다.
여보세요, 아무리 보헤미안이어도 삶이란건 결코 상상만큼 달달하지 않잖아요? 보헤미안들은 이 정도로도 괜찮습니까? 보헤미안의 단 맛이라는 것은 이런건가요? 아니면 한번 단 맛을 보면 계속해서 찾게 되니까 애시당초 시작하지 않는건가요? 모든 것이 시시해지고, 모든 것이 그리워지도록 애써 눌러 참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