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을 바꾼 커피

태국, 치앙마이

by 나예

누군가 나에게 태국의 고유 커피 브랜드 딱 1개를 꼽아 달라고 하면 나는 도이뚱 커피를 추천할 것이다. 도이뚱 커피는 '태국에서 꼭 먹어봐야할 커피'로 이미 유명한 도이창 커피와 이름은 비슷해도 전혀 다른 브랜드다. 블루 마운틴을 주축으로 한 개인 커피 농장에서 시작된 도이창 커피와는 달리 도이뚱 커피는 태국 북부에 사는 고산족들이 재배한 아라비카 원두로 만든 커피로, 태국 왕실이 주도하는 국가 사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도이뚱 커피는 태국 왕실이 커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계획한 그런 프로젝트는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약의 폐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생계를 위해 아편을 키우며 살아가는 소수 민족들을 계도하기 위해, 그리고 아편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당하는 노동력 착취와 더불어 그 지역 자체가 마약의 온상이 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왕실이 주관하여 이들에게 아편 대신 커피를 재배하도록 가르친 것이라 할 수 있다. 왕실에서 주목한 것은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본이 충족된 후에 뭔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때도 사람들이 나쁜 일을 선택할까? 물질적인 도움을 단발성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실행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생계 유지 수단을 제공하여 사람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에서 지금의 도이뚱 커피가 태어났다. 불법으로 삼림을 벌목하고 아편을 재배하고 매춘에 몸담으면서도 빈곤의 굴레를 끊어내지 못했던 소수 민족들은 이제 커피를 주력으로 재배하고, 왕실은 이 커피를 태국 전역으로 유통시켜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태국에서 커피 한 잔을 싸게 마시려면 얼마든 싸게 마실 수 있는 것에 반해 도이뚱 커피는 마냥 저렴한 커피는 아니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건 아니고 한국 커피 값 정도 수준이라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착한 커피를 위해 마땅히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기는 하다. 도이뚱 커피는 '사람들이 기부나 적선하는 기분으로, 혹은 동정심으로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기도 해 그만큼 더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돈 값하는 커피라 인정해줄 만 하다.


'커피'에는 항상 그 시대의 트랜드가 따라 붙는다. '된장남녀'에서 시작해 통 큰 커피로 대표되었던 '가성비', '욜로'와 '소확행'에 이어 '가심비'까지 그간 트랜드는 따라잡기 벅찰 만큼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커피가 있었다. 하지만 트랜드의 차원을 떠나 이미 커피는 다수에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 그 자체가 된 것도 같다.


※ 도이뚱 커피에서는 마카다미아도 재배한다. 이 것도 저렴하지는 않으나 엄격히 관리되어 맛이 좋다.

※ 그렇다고 도이뚱 커피에 비해 도이창 커피가 꾸지다는게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도이창 커피 캡슐과 건 과일


※ 어느 나라건 소수 민족의 삶은 힘겹다. 합법적인 투어 코스로 활용될 수 있으면 그나마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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