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안트베르펜
한국에 들어온 이국의 것들은 미국을 거쳐서 온 것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식 뭐시기에는 아무리 해도 정이 안간다. 뭐든지 속성으로 빠르게 원조를 베끼면서 원조에 비해 굉장히 큰 사이즈로 만들어 낸다는 점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 이태리 피자에 비해 미국식 피자가 그렇고, 스페인 츄러스에 비해 미국식 츄러스가 그렇다. 와플 또한 마찬가지. (미국식 뭐시기들이 죄다 맛이 없다는건 아니고 다만 그 사상이 별로라는 것!)
와플의 원조는 벨기에이지만 빵을 부풀릴 때 이스트를 사용했는지, 베이킹 소다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벨기에 와플과 미국식 와플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겉모습만으로도 판별이 가능한데, 크고 둥글 ‘납작’한 쪽이 미국식 와플이다.
벨기에 와플은 주로 간식으로 먹는 메뉴이지만 미국식 와플은 달달한 시럽에 달걀이나 베이컨 등도 함께 곁들여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웃긴 것은 안트베르펜에서 묵었던 허름한 숙소의 아침 식당에 깨알같이 와플 기계와 와플 반죽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 ‘우리 와플이 원조인 것은 맞지만 굳이 네가 아침부터 미국식으로 먹겠다면 그것도 인정해주겠어’ 하는 여유랄까.
미국식 와플은 일단 차처해두고 벨기에 와플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자. 벨기에 와플은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로 더 세분화할 수 있다. 브뤼셀 와플은 네모난 형태에 ‘겉바속촉’의 대명사로 통하는 식감. 리에주 와플은 둥근 모습에 더 커다란 격자 무늬, 다소 쫄깃한 느낌이 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안트베르펜에서 먹었던 와플은 브뤼셀 와플이었다. 당시에는 ‘뭐면 어떠냐’ 하는 심정으로 허겁지겁 밀어 넣으며 온 사방에 슈가 파우더를 흩뿌렸던 기억만 난다.
오늘의 간식은 초코 와플. 생긴 모습이나 식감은 벨기에 와플 중에서도 리에주 와플과 흡사하다. 하지만 달달한 초코 시럽을 듬뿍 바른 것은 브뤼셀 와플이나 미국식 와플과도 닮았다. 오늘의 와플은 끔찍한 혼종인 것인가. 와플의 세계는 넓고 어차피 무 썰듯이 뚝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는 것. 꼭 와플이 아니어도 세상은 본래 복잡 다단한 것. 맛있으면 모두 용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