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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바인 Nov 25. 2016

혼자 밥 먹는 것이  좀 그런 사람들에게

너무 쑥스러워 말아요, 그대

 ‘혼밥 시대’가 도래했다. 혼자 밥을 먹어야 될 상황이지만, 그게 아직은 조금 쑥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1인 식당도 점점 문을 열고 있다. 그 식당에서는 밥을 먹으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든 뭘 하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이제 혼밥은 창피한 것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밥을 먹거나 술 한 잔 즐기는 걸 이상한 시선(자기야, 저 사람 봐. 혼자 먹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혼밥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런 시선을 못 이겨 급기야 화장실에 들어가 끼니를 해치우는(....) 그런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는 혼자 밥을 먹는 게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더불어 ‘혼밥족’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커플들에게도 언젠가는 그 혼밥족이 자신들의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일러두고 싶다.

 

 일단 더듬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이들과 밥을 함께 먹게 된 것일까? 인간의 사회성은 본능이다. 무리를 이룬 인간들이 함께 식량을 재배하고 채집하기 시작하면서 하루의 양식을 한자리에 앉아 나누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먹고사는 게 문자 그대로 하루 일과였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힘을 합쳐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내야 했다. 뼈 빠지게 짐승을 기르고 사냥했다. 곡물의 씨를 뿌리고 오랜 노력 끝에 이삭을 추수하여 결실을 얻었다. 비로소 먹을 것을 쌓아 올렸을 때의 그 기쁨이 오죽했을까. 사람들은 그 기쁨을 식량의 분배와 ‘겸상’으로써 나누려 했다.

 인간이 그런 행동양식을 공유하기 시작한 지 수 십 만년이 흘러 21세기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산업으로 묶인 농경과 목축은 도시와 분리되었고, 이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먹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농경과 목축에 매달리지 않으니 굳이 많은 일손이 필요할 일도 없어졌다. 도시인들의 가족은 점차 축소되기 시작한다. 때마침 사회에 드리우기 시작한 불황의 그늘은 젊은 도시인들을 거친 세상 속에 밀어 넣었다. 가족을 이루고 부양하기 버거운 사람들은 홀로 생활을 꾸리며 인간관계를 힘겹게 이어간다.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사람도, 그럴 시간도 없게 되었다.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혼밥’의 탄생 배경인 것이다. 그러나 ‘밥은 혼자 먹으면 인간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요상한 관념은 우리 주위에 크던 작던 여전히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밥을 서로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수저와 젓가락을 이용해 자신의 입에 넣지 않나. 본래 식사라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섭취’라는 본질을 갖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식사는 맛있는 것을 입안에 넣고 뱃속을 채워 미각의 충족과 포만감을 얻는 과정이다. 아무리 바쁘고 혹은 함께할 사람이 없어 홀로 끼니를 때운다 해도, 누구나 본인의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심기가 불편한데 거기에다 맛없는 음식까지 먹고 싶을까(물론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만).  

 혼밥을 하는 사람들도 마땅히 즐겁게 음식을 즐겨야 한다. 일본의 만화 원작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떠올려 보자. 그는 거의 혼자 음식을 먹고,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저 음식의 형태와 맛, 식감에 모든 감각을 밀어뜨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밥을 먹을 때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나는 모든 이들이 음식을 맛보는 그 모든 순간순간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함께 먹든 혼자 먹든 식사는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사람들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들을 생각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따금씩 힐끔댄다 해도(직후 저들끼리 어떤 말을 수군댈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 당신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혼밥족을 신경 쓰는 사람은 딱 한 명이다. 혼자 4인용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당신이 언제 식사를 마치고 나갈까 기다리는 가게 주인이다(그의 거친 눈빛이 불편하다면 혼잡하지 않은 맛집이나 1인 식당을 찾아보도록 하자).

 

 혼밥, 혼술을 더 이상 쑥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먹는 사람이 몇 명이 됐든,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삶에 있어 즐겁고 고귀한 순간이 아닌가. 도통 즐거운 일도 없고 살맛 안 나는 시대에 밥이라도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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