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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바인 Feb 21. 2017

공유하는 게 애국?

애국이라는 미명을 뒤집어쓴 괴물

 여기에 자칭 애국자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 좌파적 사고에 맞선 중립적인 가치 판단이라고 말한다. 촛불이 민심이듯이 태극기도 민심이라고 주장한다. 주류 언론과 국회, 급기야는 헌재가 좌파적 시각에 매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벌 떼처럼 붕붕거리며 광장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웬?)를 흔든다. 그들이 모이는 공간은 광장뿐이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에 밀집한 벌 떼는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무리들이 꾸미는 좌파적 음모에 대해 토해낸다. 그들은 숭앙해 마지않는 대통령을 어떻게든 보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좌파적’ 언론들이 대통령의 폐단이랍시고 파헤친 증거들을 반박하며, 이를 기반으로 쓴 기사와 뉴스를 다른 벌들에게 게시한다. 특검을 비롯해 탄핵을 이끄는 세력들을 겨냥한 비밀스럽고도 자극적인 정보들을 풀어놓는다. 그 뉴스가 진정으로 진실에 입각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그리고 벌집을 세운 대장 벌은 ‘손가락이 아프도록 퍼 나르자’고 천명하듯 외친다.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집단과 이를 전파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이에 찬동된 사람들이 활개 치고 있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가짜 뉴스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아울러 가짜 뉴스에 대한 진짜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메신저의 대화방을 넘어 SNS에 사실인양 유통되고, 번듯한 종이 신문의 형태를 빌어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확산되는 가짜 뉴스들의 양태를 이야기한다. 보도 내용들 가운데서 인상 깊었던 것은 대화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의 공유를 요청하면서 게시자가 남긴 청유였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퍼 나르자', '공유가 애국이다'. 대화방에 모인 사람들은 이런 청유에 고무되어 일사불란하게 가짜 뉴스들을 공유하고, 진위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퍼뜨리는 데 일조한다. 그들의 그런 행위는 '애국'이라는 숭고한 가치로 포장된다. 


 그들의 애국은 새롭고도 낡았다. 인터넷과 SNS라는 첨단의 무기를 손에 쥐었지만, 무기를 휘두르는 신념은 여전히 반공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의 신념이라는 것이 쉬 변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아직도 그들을 켜켜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무섭게까지 느껴진다. 그들이 집결한 대화방은 애국이라는 미명을 뒤집어쓴 괴물이 되고, 구성원들은 한 몸처럼 직선으로 움직인다. 당연하게도 구성원 중 누구도 게시되는 뉴스들의 진위 여부를 따지려들지 않는다. 전달되는 모든 정보들이 진실하다는 믿음을 전제하고서 어떤 것이든 조건 없이 수용한다.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나 실체에 대한 토론 따위는 없다. 이런 괴물들에게 소위 말하는 '팩트 폭격'이란 무용하다. 그 '팩트 폭격'마저도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좌빨들의 음모라고 (자기들끼리) 몰아세우며 으르렁댄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를 애국이라는 가치로 손쉽게 치장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 거대한 비상식을 목격했고 마땅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데 그들은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문제를 자꾸만 정의로운 보수와 흉악한 좌빨이라는 괴상한 프레임으로 비틀려고 한다. 비상식을 뜯어고치려는 것이 어떻게 나라를 뒤집어엎으려는 음모가 될 수 있을까. 또한 비상식을 옹호하는 것이 어찌 애국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이 간직해온 낡고 비뚤어진 신념은 마치 습성이 되어 애국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끊임없이 훼손시킨다. 

 그런 식으로 변질된 애국은 짤막하고 강렬한 문장으로써 사람들을 폭발시킨다. 공유도 애국이라는 말은 대화방에 모인 사람들을 일순에 애국 전사로 변모하도록 쉽게 선동한다. 위기에 빠진 가엾은 대통령을 비호하는 것이 구국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유라는 작은 몸짓 하나가 애국이 될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신념은 앞으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보도 자료 말고도 탄핵 반대의 근거지인 박사모 카페를 둘러보았다. 현 시국을 비상사태라고 표현한 공지도 있었고, 자유와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이룩하자는 선언도 있었다. 그들만큼 우리도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원한다. 이토록 같은 생각을 하는데도 왜 이리도 다른 것일까. 아이러니하고도 안타까웠다. 이념의 굴레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상식을 갈구해야 한다.  




※ 기사 참조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1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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