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에 관하여
그제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울컥해져 내 무릎을 감싸안고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분명히 나는 집 안, 내 방에 있는데도 마음이 소란스럽고 불안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수 있고, 힘들다고 말하면 그걸 알아주고, 진심으로 내 모든 마음을 내려놓아도 불안하지 않을 그러한 곳이요.
등에 집을 매달고 살아가는 소라게나 달팽이 마냥, 그래서 등을 한껏 굽히고 더 바짝 무릎을 당기고 앉아서 있지도 않은 진짜 집, 도피처를 꿈꿨어요. 그게 없어서 더 서러웠어요. 이리로 가면 막다른 길, 저리로 가도 절벽이 나오는 곳에서 나는 대체 어디로 가야할까요.
불안함이란 참 못됐어요. 가보지도 않았는데 온갖 나쁜 경우의 수는 다 늘어놓고서 이게 너의 미래라고 해요. 무시하려고 해봐도, 저게 정말 내 미래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미래로 가려면 저 불안함의 길을 지나가야만 해서 나는 결국 더욱 더 무릎을 끌어 안고서 나를 지킬 수 밖에요. 이런 나를 보고 계신다면, 나 좀 도와달라고 나 이렇게 외롭고 힘든데 좀 살려주시라고, 그렇게 떼를 써볼 수 밖에요.
우리는 다들 불안해요. 어찌보면 당연한 거겠죠. 하다 못해 시리즈 영화를 보면 엔딩 크레딧 뒤에 쿠키 영상을 넣어 놓고 다음 편의 힌트도 주곤 하는데, 우리의 인생엔 그런 힌트 조차 없잖아요. 그러니 다음 시나리오를 모르는 상태로 가볼 수 밖에요. 예고도 되지 않은 인생을 그냥 걸을 수 밖에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조금 더 단단해져야 하겠어요. 어느 날엔 무릎을 끌어안고서 울기도 하고, 왜 내 인생은 이럴까 하며 한숨도 푹푹 내쉬고, 답답하고 막막해 잠도 못 이루고. 참 아프고 쓰라리고 슬픈 현실이지만, 그 모든 일들이 지나가면 그만큼 단단해져 있겠죠. 몸이 자라면 더 큰 소라로 이사를 하는 소라게처럼, 나는 지금 성장하려고 좀 더 큰 새로운 소라를 찾느라 이렇게 힘이 들고 불안한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