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난 늘 착각하며 살아왔다. 잘 못과 잘못을 같은 거라 착각하며.
처음 시험에 떨어졌을 때 진짜 난 아무리해도 안 될 것 같은 정말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몇 날 며칠을 그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아.
아마 이런 생각을 계속했었다면 나는 얼마 가지 않아서 이 시험을 포기해버리고 도망쳤을 거야.
그런데 시험을 망치고 공부로부터 반쯤은 도망쳐 나온 카페에서 한없이 자책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그건 내가 잘 못했을 뿐이지, 내가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지 않나? 나는 왜 잘 못한 것과 잘못한 것을 하나의 범주에 넣어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내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고, 위로를 바라는 것도 아니야. 단지 잘하지 못했다는 그 이유 하나로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시선으로부터 비난을 감수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냐는 거지.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은연중에 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마음에 품어도, 잘못을 저지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 잘하지 못한 게 잘못의 확증이 될 수는 없는 거니까.
잘 못을 잘못이라 여기는 모든 이들이 그 불쾌한 모호함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