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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정과 열정사이 Dec 11. 2023

작가들은 귀여운 사람들

작가들의 의심 또 의심

몇 년간 작가 지망생으로, 작가(또는 지망생)나 예술 쪽 창작자들에게서 발견한 신기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이런 점이다.


자신의 작품(그림이나 글)에 대한 칭찬에 간지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어떤 독자(팬)가 sns에서나 보던 한 작가를 대면으로 북토크나, 온라인모임에서 마주한다. 평상시 좋아하던 작품의 작가(예술가)를 대면한 독자는 반가움에 돌고래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목소리 톤은 한 옥타브 올라간 하이톤이고, 표정은 상기되어 있다! 이것만 봐도, 이 독자(팬)가 그의 작품에 관심이 있고, 그것도 무척 좋아한다는 걸 웬만하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예의상도 있겠지만)


-어머!! 작가 oo님,책이 너무 멋져요!

보면서 감탄했어요!~-


-작가의 대답-

-아.., 네(두드러기 나기 시작;) 사실, 그게  oo도 부족하고~시간도 별로 없어서..,

그런데... 제 책의(그림의) 어..점이 좋았을까.. 요~?;;;;


독자(팬)의 대답.

-아..., (이게 아닌데) 그게 말이죠..,;;;-


단순히 그림(책)이 자신에겐 좋았다고 표현한 상대방(독자)은 그 순간 얼음이 되고..., 답변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상기된 독자(팬)의 얼굴은 이제 굳어지고 호흡은 가빠지며 입은 '앙'다문다.


독자(팬)의 속마음

-아, 그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할까? 아니면, 단순히 팬이라고 말해?..,

너무 진지해 보이는데.., 엄마, 나 좀 무서워'


그때부터 시간은 아주 슬로우모션으로 흘러가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생긴다.

그들에겐 블랙홀 같은 침묵의 공간이 생긴다.


이제 그 작가는 슬슬 후회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칭찬(호의)을 그냥 쿨하게 '네에~ 아 감사합니다!"라고 받아들일 걸 하고. 후회한다. 그런 순간이 여러 번 거듭되면, 그때서야 그 작가는 거듭 고민해본 대로 기계적인 미소로, '네~감사합니다'라는 단순한 답변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속으론 이런 말을 곱씹고 있겠지.(다 안다)

-oo야, 진지해지지 말자, 진지해지지 마. 제발 쿨하게 대답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또 떠올린다. 아마 잠들기 직전까지 이어질 것이다.


 진짜 내 그림(글)의 어디가 어. 떻. 게 좋은 거야???
미치도록 알. 고싶다!!

자기 글에 너무 진지한 이 작가(창작자)란 이들은, 너무너무 궁금하다. 왜! 어디서??, 무엇이(육하원칙에 맞춰서) 그 독자(팬)들의 마음에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런 집착이라면, 누가 누구의 팬인거지?'

의문이 많고 집요한 면들이 작가(예술가)들에겐 이미. 내부에 탑재되어 있다. 그것은 같은 공통점을 가졌지만, 비교적 덜 진지한 내가 봤을 땐, 귀여운 면이면서도 스스로도 좀 짜증나는 면이기도 하다. 스스로 알면서도 버릴 수 없는 그 의문투성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일반인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으니 속으로 삼가하려는 것이겠지...,


' 나도 그 맘 다 안다, 그런데 또 궁금은 하고..., (휴우)'

한가지 덧붙이자면, 제발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이자.

난 수없이 이런 상황을 목격했는데, 동료 작가지망생들에게 그림(시나리오) 좋았다고 하면, 그 상대방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자신이 모가 부족했고 이런 스킬이 아직 없었고, 시간이 부족했고...., 이런 얘기(핑계대듯이)를 답변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 우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화를 하는 사람들이지. 그래서 내가 어떤 면이 아직 모자라다는 걸 익히 알기에, 자신이 정직하지 않은 느낌이 드니깐, 그게 맘에 걸리는 거겠지...,



너무 정직한 작가란 사람들. 자기객관화가 자동인 이들, 부디 이건 알아줘!

'그냥, 좋아서 좋다고 한 거야...,;;;'


일반인들의 눈으론 다 잘 그린 그림이고 대단한 글이니깐. 전문가들의 비평을 받는 게 아니니까.

틀에 박힌, 너무 순수한 그 반응들이 난 이제 좀 귀엽고 안쓰럽게 보인다.(그 마음을 짐작하니깐...,)책을 몇 권 내고 프로 작가가 되면,  독자의 칭찬에 여유가 생길까 궁금해진다.

'아~그래요? 감사합니다~ ' '' 웃는 여유로운 자세로 말이다.

  그렇게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나도 그게 정말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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