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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의 휴가

일상 이야기

by 서와란

17년 만이다.

결혼 후 오롯이 혼자 친정에 내려가는 건...

늘 남편이 있었고, 아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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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서 학원이며 독서실 가느라 집에서도 얼굴 보기도 힘들다. 역시나 금토일 연휴임에도 학원 보강으로 함께 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남편은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그 일을 함께 하고는 있지만 그나마 여유가 있는 내겐 연휴를 그냥 보내기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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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내가 잘 케어할 테니까 휴가다 생각하고 친정에 다녀오던가..." 남편의 말에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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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3일이나 집을 떠난다는 게 뭔가 불안해 계속 망설여졌는데 아이들도 흔쾌히 다녀오라는 말에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기차 예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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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라 그런지 가는 표 오는 표 모두 매진.

가고 싶은 맘에 일단 가는 표를 끊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새로고침을 했고 드디어 하루 전날인 어제 좋은 시간대에 표 하나를 획득!! 오는 건... 올 때쯤 폭풍 검색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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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제하려는데 요금이 4만 원이 넘는다.

'버스, 기차, 왕복 9만 원... 오기 전에 조카들 용돈에 엄마아빠 용돈... 아무리 안 쓰고 와도 최소 20만 원... 이 돈이면 우리 가족 맛있는 거 몇 번은 더 사 먹고...'

결제하는 손이 망설여져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다. 결제 기한은 10ㅡ15분 정도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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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를 안 하면 기차를 예매 못 해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남은 시간 10분.. 환불 위약금을 검색해 본다. 금요일, 공휴일은 취소 하루 전엔 5%, 당일은 10%란다.

결제를 하고 12시가 되기 전에 취소하면 2천 원가량, 내일 취소하면 4천 원가량 위약금이 발생한다.

남은 시간 5분... 결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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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제해 놓고 취소해야 하면 어쩔 수 없지.. 커피 한잔 마셨다 치자.."

결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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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를 하더라도 12시 전에 하는 게 좋으니 그 이후 가족들에게 계속 물었다. "나 진짜 가? 엄마 진짜 간다?" 돌아오는 대답은 "알아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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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아서 결정을 했고, 오롯이 혼자 기차를 탔고, 기차소리와 함께 창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만끽하며 이렇게 조용히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이 마무리되면 창밖도 보고, 노래도 듣고, 그림도 그릴 예정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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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 혼자 내려간다고 얘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부모님이 날 보시면 반가움과 동시에 왜 혼자 왔냐는 걱정이 앞서서 다그치실 것이다. 나는 대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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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휴가를 얻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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