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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Nov 18. 2017

부록Ⅱ 순정? 그런 거 난 모르겠고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나경, 김미영

세간에서는 ‘순정’만화를 “비현실적인 그림체로 그린, 여자애들이나 보는 사랑 놀음”으로 정의했지만, 실제 순정만화는 다양한 그림체와 이야기로 세계를 투영했습니다. 특히 SD, 즉 사람 형태 캐릭터를 2~3등신의 코믹한 모습으로 그렸던 작가들은 SD 고유의 과장과 희화된 표현을 바탕으로 냉철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SD의 달인, 김미영과 김나경 작가를 소개합니다.



김나경


데뷔작| 1996년 《빨강머리 앤》

대표작| 《사각사각》 《토리 GO! GO!》 《오월의 개》



자칭 ‘순정만화 못 그리는 만화가.’ 사사로운 일상을 코믹한 대사와 상황, SD캐릭터로 표현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확립했다. 1975년 서울 출생으로 대학시절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결’에서 활동했다. 여기서 그린 《빨강머리 앤》이 때마침 짧고 가벼운 원고를 찾고 있던  『윙크』 편집부의 눈에 띄어 데뷔한 이래, 내는 작품마다 족족 히트하며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 


작품은 대개 자기 경험에 얼마간 기반을 둔 일상만화로, 착하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 캐릭터들을 부딪쳐 유머를 빚는 솜씨가 탁월하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빨강머리 앤’과 ‘꽃나경’의 시끌벅적한 학교생활을 그린 《빨강머리 앤》은 물론이고, 어릴 때 교환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남부에 1년 간 머물렀던 일에 바탕 한 《토리의 비밀일기》 《토리 GO! GO!》, 마감을 놓고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편집자가 벌이는 치열한 두뇌싸움 《사각사각》 등이 지속적으로 사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중 《토리 GO! GO!》는 2006년 동명의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KBS에서 방영되었고, 《빨강머리 앤》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10년 『민트』에 《빨강머리 앤 제로》로 돌아왔다. 


자기 경험에 얼마간 기반을 둔 일상만화를 주로 그렸던 김나경은, 착하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 캐릭터들을 부딪쳐 유머를 빚어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그림체며 캐릭터가 워낙 뚜렷한 탓에 이모티콘이나 스티커 등 상품화 제안을 많이 받았고, 타 잡지나 기업 홍보실에서의 연재 의뢰도 끊이지 않았다. 교양/학습만화 씬에서 러브콜을 받은 건 물론이다. 그리하여 2010년과 2011년 동화작가 윤석중의 《꽃밭》 《눈밭》의 그림 작업을 했다. 2011년과 2014년에는 각각 월간 『주니어논술』과 『생각쟁이』에 연재했던 원고를 모아 《고나미네 고양이》와 《고민 해결사 동그라미 쌤》을 펴냈다. 2015년에는 “네이버 한국만화거장전: 순정만화특집”에 <앵두>를 실어 《사각사각》주인공들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2017년 현재 격주간지 『어린이과학동아』에, 대학 때 생명과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이상한 과학나라의 솔이>를 연재 중이다. 



김미영



데뷔작| 1998년 <무지로소이다>

대표작| 《야, 이노마!》 《빌 테면 빌어봐》 《기생충》 《왔다!》



1973년생으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냥 만화를 어떻게 그리는지 좀 알고 싶어서 졸업 후 제일만화학원을 다니고, 그곳에서 만난 김성원, 이시영 등과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꿈꾸는 고치’를 만들어 활동했을 뿐이다. 그러다 어찌어찌 대학에서 만화예술을 공부하고 아동 일러스트 회사에서 1년 반쯤 일하다보니, 이건 내 일이 아니구나 깨달음이 왔다. 그길로 만화작업을 재개해 1998년 『윙크』에 <무지로소이다>를 게재하며 데뷔했다. SD캐릭터를 활용한 코믹 카툰을 주로 선보였으며, 작품의 성향 상 장편보다는 중단편이 많았다.  


김미영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역시 『윙크』에 연재한 《야, 이노마!》다. 열등생 ‘이노마’와 오다리가 콤플렉스인 ‘삐꾸’,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광년이’가 주인공인 옴니버스 카툰으로, 귀여운 그림, 아이러니한 캐릭터,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 기존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코미디와 더불어 냉철한 현실 인식이 도드라졌다. 이러한 경향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인간의 몸에 서식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빌 테면 빌어봐》, 기생 ‘충’의 일상을 담은 《기생충》까지 일관되다가, 2002년 《왔다!》를 연재하며 살짝 변형된다. ‘남녀의 성역할과 지위가 바뀐 모계사회가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학원물을 SD가 아닌 극화체로 그려낸 것이다. 그러나 전도된 현실이 반영하는 성차별과 억압을 농담과 웃음으로 폭로하는 방식은 여전히 김미영스럽다. 


김미영은 귀여운 그림, 아이러니한 캐릭터,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 기존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코미디, 차가운 현실 인식의 《야, 이노마!》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왔다!》를 마치고 두문불출, 활동이 뜸하다가 2009년 문을 연 만화포털 ‘툰도시’에 《오만잡툰》과 《만무림》을 연재했다. 그러다 교양/학습만화로 장을 옮겨 2013년부터 ‘비룡소’ 출판사와 함께 《마인드 스쿨》 《키자니아 직업 탐험대》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2015년 “네이버 한국만화거장전: 순정만화특집”에  <흔히 있었던 사건파일>을 냈다. 



부록Ⅱ 순정? 그런 거 난 모르겠고 ②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강모림, 석동연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여성/만화/작가 중심의 한국 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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