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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Nov 14. 2017

부록Ⅰ경계를 의심한 불온한 당신 ③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최인선

주류 대중문화가 공부하고, 대학가고, 취직하고, 이성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을 알려주지 않던 시절, 순정만화 작가들은 그 밖의 다양한 삶과 이미지들을 눈앞에 펼쳐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인선은 일상이라는 매끈한 표면 아래 만연한 폭력추악한 욕망과 위선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연출로 폭로한 작가였습니다.  


데뷔작| 1995년 <뫼비우스의 띠>

대표작| 《속보이는 놈》



1970년 서울 출생. 대학에서는 산업미술을 전공했다. 일찍이 만화에 관심이 있어 고등학생 때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결’의 창단멤버로 활약했으나, 입시공부를 이유로 곧 탈퇴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혼자 습작을 계속한 끝에 1995년 『펜팬』에 <뫼비우스의 띠>로 공모전 없이 데뷔했으며, 곧 『윙크』 『이슈』 『나인』『베스트셀러』 등 여타 잡지들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후 <변신> <십 원> <어린왕자?> <춘몽> <무풍지대> 등 현상 너머를 꿰뚫는 관점, 그로테스크한 유머와 그림, 독창적인 연출, 주류와 무관한 이야기, 소름 끼치는 반전의 단편을 선보이며 일상의 무심한 폭력과 관습, 추악한 욕망과 위선을 차갑게 폭로했다. 당연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고, 소수의 마니아와 평단의 열렬한 지지만을 확보했다. 


최인선의 이미지는 늘 차갑고 그로테스크했다. 현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1998년 단편집 《속보이는 놈》을 출간, “단편의 미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라는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단편의 미학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면이 점차 사라지면서, 작품을 만들고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2003년 인터뷰를 보면 최인선은, 그림으로 월 100만 원 버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곤란을 겪다 겪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지면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2006년 곽상원, 문흥미, 변병준, 아이완, 이향우와 함께 무크지 『마노』를 냈다. 2012년에는 그나마의 지면도 없어 개인 블로그에 <상상소극장>을 연재하기도 했다.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한국 작가 스무 명 중 하나로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부천시가 (위안부) 소녀상을 세웠을 때 기림비명을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로 지은 배경이다. 데뷔 이래 새로운 관점과 문제의식으로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나, 2016년 《만화의 미래, 2030》에 실은 <늙은 만화가 이야기>의 내레이션, “나이가 드니 인기가 없고, 인기가 없으니 돈이 없네”를 통해 ‘그림으로 월 100만 원’은 현실에서 도달 불가능한 목표임을 일러주었다. 


2017년 12월 변병준, 신명환, 이향우와 함께 서울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우당'에서 열린 무료 만화전시회 "우리동네 만화방-숨바꼭질" 전에 참여했다.  



부록Ⅰ경계를 의심한 불온한 당신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이정애


부록Ⅰ경계를 의심한 불온한 당신 ②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이진경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여성/만화/작가 중심의 한국 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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