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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Dec 12. 2017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③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차성진


데뷔작 | 1972년 《하양천사》

대표작 | 《은반 위의 요정》 《조막새의 꿈》 《비운의 공녀 아도라》 《내 사랑 쥬쥬》



본명은 차성재. 1947년 목포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엄희자·조원희 문하에서 만화를 배웠다. 데뷔작은 간호사와 인턴의 이야기를 엮은 1972년 《하양천사》다.


군복무를 마치고 친구 김형태의 <로보트 태권브이> 만화화 작업을 도운 것을 계기로 얼마간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마왕》 《로보트 칸》같은 로봇물을 많이 했다. 간간이 ‘차영숙’이라는 예명으로 타카하시 마코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린 ‘소녀풍’ 그림을 선보이며 독자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도유망한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가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한다는 영화 <Ice Castles>를 보고, 단련된 인체가 만들어내는 선과 역동성에 반해 각색을 시도하게 된다. 1982년 대히트를 기록한 《은반 위의 요정》 탄생 비화다.


여리고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류이던 때,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와 스포츠의 결합은 신선한 충격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여리고 수동적인 여성상이 사회적 주류이던 때,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스포츠의 결합은 신선한 충격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에 내처 러시아 기계체조 선수 나디아 코마네치를 모델로 한 《조막새의 꿈》,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의 생애를 그린 《맨발의 이사도라》와 《아라베스크》1 등 비슷한 조합의 작품을 냈다. 그러다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한 일본산 대서사시 《올훼스의 창》에 감동해 서구로 눈을 돌렸고, 《비운의 공주 아나스타샤》 《비운의 공녀 아도라》 《칼레아나》2 《천년의 바다》 등 시대물을 대거 쏟아내게 된다. 


차성진은 아름다운 그림과 정갈한 선, 탄탄한 데생으로 피겨나 발레, 체조 같은 고난위도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만화를 척척 그려냈다. 


빼어난 그림체, 정갈한 선,  피겨, 발레, 체조 선수들의 고난위도 동작도 동작도 척척 그려내는 탄탄한 데생, 세밀한 펜터치와 묘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만 순정만화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감수성과 감각이 아쉬웠다. 설명조의 빼곡한 대사는 펀치라인이 없었다. 연출은 행간이 적고 단조로웠다. 수많은 작품 중에 넋 잃고 빠져들 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뼈아팠다. 이런 경향은 십대 소녀 ‘쥬쥬’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타가 된다는 아동물 《내 사랑 쥬쥬》부터, 조선시대 이름난 기생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성인물 《명기열전》까지 일관된 것이었다. 차성진은 2000년을 전후한 업계 지각변동 과정에서 아동 교양/학습만화로 장을 옮기게 된다. 2017년 현재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 이사로 있다.



참고


1 작품들을 연재할 당시 에피소드가 눈물겹다. 《은반 위의 요정》 《조막새의 꿈》은 심의기관으로부터 “의상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작가가 직접 “운동복이 원래 그렇다”며 해명에 나섰다. 《아라베스크》의 경우 베트남 파병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작품에서 ‘살짝’ 언급했다가, 파월장병전우회가 연재처인 『르네상스』에 전화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연재를 중단해야 했다. 


2. 《칼레아나》의 경우, 문하생이었던 신일숙의 작품 《스파르타》를 차성진의 이름으로 낸 것이다.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동화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②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박무직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④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송채성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여성/만화/작가 중심의 한국 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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