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ll Jul 08. 2021

피서

한차례 파도가 지나고나면 그리운 날이 올까

등줄기 깊게 패인 무게를 뙤약볕에 널어 말리고

부슬부슬 흩어지는 말들을 툭툭 털어낼 날이 올까


사람이 무섭다

아니 나는 무서운 것이 무섭다


헤어지기 아쉬워 모래 한 줌 쥐고 달리는 아이처럼

길게 들러붙는 여름해의 족적을

눈 감아 되새길 날이 올까


아니 나는 무섭지 않은 것이 무섭다


반드시 너를 만나고

생각보다 어스름이 빨리 찾아왔노라고

웃고 말텐데


꺼슬꺼슬 벗겨지는 허연 재 아래

다 타버린 마음이 후끈후끈 할텐데


어쩌누

벌겋고 쓰라린

그마저 차차 잊혀질텐데

작가의 이전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글이 쓰고 싶다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