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파도가 지나고나면 그리운 날이 올까
등줄기 깊게 패인 무게를 뙤약볕에 널어 말리고
부슬부슬 흩어지는 말들을 툭툭 털어낼 날이 올까
사람이 무섭다
아니 나는 무서운 것이 무섭다
헤어지기 아쉬워 모래 한 줌 쥐고 달리는 아이처럼
길게 들러붙는 여름해의 족적을
눈 감아 되새길 날이 올까
아니 나는 무섭지 않은 것이 무섭다
반드시 너를 만나고
생각보다 어스름이 빨리 찾아왔노라고
웃고 말텐데
꺼슬꺼슬 벗겨지는 허연 재 아래
다 타버린 마음이 후끈후끈 할텐데
어쩌누
벌겋고 쓰라린
그마저 차차 잊혀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