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완연한 여름이었다.
1. 여름, 산
뜨거운 8월 첫째주, 강화도의 마니산을 올랐다. 여름 산은 쨍한 햇빛 덕분에 하얀 구름은 더욱 더 깨끗하게 보이고, 나무도 더 푸릇푸릇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무덥고 날벌레가 많다. 게다가 그날은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도 높아져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더웠다. ‘나는 왜 또 사서 고생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새 하산했다.
하산하자마자 더위사냥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아- 정말 시원하다.'
정말 살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엄청난 행복감을 주었다.
2. 한 여름밤의 달리기
여름의 달리기는 습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 때문에 숨이 턱밑까지 턱턱 막혀온다. 해 진 뒤 한강에서 한참을 달리다가 밤바람이 살랑 불길래 잠깐 멈추어섰다. 날이 뜨겁지 않았다면 그저그런 미적지근한 바람이었을텐데, 체감온도 38도에서 뛰다 보니 겨우 이 정도만으로도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졌다.
3. 여름날의 샤워
한여름이라 그런지 운동 후에도 씻고 나서 몸에서 바로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 디카페인 차로 페퍼민트 티(tea)를 좋아하는데, 페퍼민트 성분이 들어간 바디워시가 쿨링(cooling)효과가 좋다고 해서 구매해보았다. 직접 구매해서 써보니 에어컨처럼 시원한 느낌이 몸의 열감을 빠르게 진정시켜 주었다. 올해는 114년만에 찾아온 폭염이라던데,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에 소소한 행복을 주는 아이템이었다. (광고 전혀 아님 :)
4. 2024년의 끝여름
해가 긴 여름 뜨거움 속 선선한 저녁바람, 빨리 시원해지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가을에 접어들면 더 가속화된 시곗바늘에 아쉬움이 생길 것 같다. 매년 그래왔듯, 체감상 가을이 되면 눈 깜빡할 새 겨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뜨거운 여름도 8월이 지나면 끝이 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막상 뜨거운 햇살이 더 그리워 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잘 없고, 뜨거운 여름이 8월이 지나면 유난히 무더웠던 2024년의 여름도 끝이 나겠지. 뜨거운 여름 속 잠깐의 바람처럼, 뜨거운 여름처럼 고된 일상 덕분에 오히려 작고 소소한 행복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걸까.
무더운 날씨에도 좋아하는 것들을 지속하는 것은 고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었고, 그걸 느끼게 해준 완연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