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5/30
폴란드 공항 - 바르샤바 호텔 마조비에츠키 - H&M - 과학문화궁전- 스트레미아스트로
너무 피곤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공항에 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일본에서 폴란드로 이동하는 날.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약 2주간 여행을 마친 동생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18kg 무게의 캐리어를 끌고 역으로 향했다. 출국 터미널을 확인해보니 동생은 터미널 2, 나는 터미널 1. 공항으로 바로 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를 탔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제 정말 혼자가 된다. 과연 앞으로 24일 동안 혼자만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여행 계획을 잘 세우지도 못했는데..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은 덕에 옆 좌석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 덕분에 11시간을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잠도 자면서 긴긴 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도쿄에서는 내 키가 큰 편이었는데, 이 곳에 도착하니 한 없이 작아진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이렇게 자란 거야.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밖에 나오니…. 춥다…
당연히 가을 날씨일 줄 알고, 얇은 외투 하나만 챙겨 왔는데 큰일이다. 옷부터 사야겠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패딩 점퍼를 입고 있다. 도쿄에서는 여름 날씨 같았는데. 위도와 경도의 차이를 이렇게 체감하다니.
숙소는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을 감안해 특별히 호텔로 예약했다. 내가 예약한 호텔 마조비에츠키는 1박에 4만원 정도로 숙박비가 아주 저렴하고 주변 명소와 가까운 곳으로 1970년 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용 샤워장을 사용해야 하지만, 11시간 동안 쪼그라져 있던 몸을 펴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호텔에 도착해 간단히 짐을 풀고, 근처 SPA 브랜드를 검색한 후, 쇼핑을 시작했다.
구매할 옷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비싸지 않을 것 (최대 금액 5만원)
2. 너무 길거나 두껍지 않을 것 (짐이 될 수 있으니)
3. 가져온 옷과 어울릴 것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진 않다)
자라를 시작으로 몇 매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쉽지 않다. 괜찮다 싶은 옷은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괜찮은 옷은 디자인이 애매하다. 몇 군데 가게를 옮긴 이후에 H&M에서 적당한 점퍼 하나를 구매했다. 가격은 140즈워티 한국 돈으로 4만 2천원 정도, 디자인도 무난하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패딩이 들어가 있어 보온성도 좋을 것 같다. 옷을 입으니까 한결 따뜻해졌다. 내친김에 9천원 정도 하는 머플러도 추가로 구매했다.
점퍼를 구입하고 저녁을 먹을 겸 야경을 보러 나섰다. 숙소 앞에 있는 과학 문화 궁전을 관람한 뒤, 올드 타운 광장인 스트레미아스토로 향했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그곳에서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폴란드 경찰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고, 시위대는 큰소리로 무언가를 호소하는 중이었다. 뜻밖에 상황에 나는 당황했고, 통행금지 구역이 많아져 쉽게 이동하기 어려웠다. 무서웠지만,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한참을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작년 광화문 촛불집회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나중에 찾아보니, 대통령의 사법부 장악에 반대하는 집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에로기라는 만두처럼 생긴 폴란드 전통 음식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새삼 마음의 평온함을 느꼈다. 호텔 방에 놓인 LG TV를 잠시 틀어 보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크라쿠프로 이동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폴스키 버스를 타야 한다. 정류장을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피곤해서 잠도 잘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