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카를로비 바리_관절염 할아버지와 한판 승부

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11/30

by Hongchic
프라하 플로렌스 버스터미널 - 카를로비 바리
오늘은 도장을 깨러 간다. 바로 온천수 도장!

카를로비 바리는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126km 정도 떨어진 근교 지역으로 마시는 온천수로 유명하다. 어젯밤 스튜던트 에이전시를 예약하고 아침 일찍 터미널로 향했다. 오전 10시에 버스에 탑승해 오후 12시 30분에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 다시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7시 30분이니 약 7시간을 알차게 보내볼 계획이다. 아침에 한식을 먹었더니 점심까지 배가 든든하다. 아 정말, 나는 한국인이다. 쌀과 국이 너무 좋다. 크아~ 어젯밤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목이 따끔거리는 게 감기가 올 조짐이었는데, 오늘 온천수로 극복해야지.

플로렌스 버스 터미널의 모습. 이 곳에서 카를로비 바리로 향하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탑승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 날씨가 좋아서 모든 게 선명하다. 어떤 로드 무비 속에 출연 중인 주인공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연기하려나. 카를로비 바리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부 배경이되기도 했다. 그만큼 색채가 아름다운 도시. 마을에 진입하기 전 가판에서 온천수를 마시는 컵을 구매했다. 온천수를 받은 뒤, 컵에 있는 호스로 들이마시면 쉽게 온천수를 마실 수 있다. 나중에 짐이 될 것을 우려해 가장 가볍고 싼 (절대 돈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님) 컵을 구매했다. (결국 이 컵은 민박집에서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ㅠ)

알록달록 예쁜 카를로비 바리
아름다웠던 정원

컵을 들고 콜로나다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카를로비 바리에는 사도바 콜로나다, 믈린스카 콜로나다, 트르지니 콜로나다, 브르지델니 콜로나다 이렇게 총 4개의 콜로나다가 있다. 콜로나다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을 말하는데, 이 곳의 수도꼭지를 통해 온도와 맛이 다른 온천수를 받아 마실 수 있다. 나는 몸에 좋다고 하니 모든 콜로나다의 온천수를 다 마실 계획이다. 마을 초입에 있는 사도바 콜로나다를 발견하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온천수를 떠서 마셨다. 웩! 녹슨 철봉 맛이다. 철분이 많다는 것이 정말 철이 많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몸에 좋은 물이라니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저는 맛없는 것도 잘 참아낼 수 있는 서른 살 누나거든요.


온천수가 퐁퐁 쏟는 콜로나다는 마치 우리나라의 정자처럼 생겼다.
사도바 콜로나다에서 온천수를 받는 중. 컵 손잡이 쪽의 구멍을 빨대처럼 빨면 온천수가 호로록 올라온다.
전 몸에 좋은 건 맛이 없어도 잘 참고 먹는 서른살 누나거든요~

점심 식사로 까르보나라를 먹고 커피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온천수를 마시니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다. 문제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돈이 든다는 것. 동유럽은 방광 용량이 큰 사람에게 유리한 곳이다. 단풍이 예쁘게 물든 공원까지 구경하고 버스 시간에 맞추어 발길을 돌렸다.

파란 하늘과 예쁘게 물든 단풍이 더욱 마을을 아름답게 만든다.
카를로비 바리 근처 공원을 걷다가 만난 괴테. 유럽 곳곳에 괴테의 동상이 있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목이 말라서 온천수를 받아 마시는데 이태리 할아버지가 뜨겁냐고 물어본다. 내가 “두유 워너 터치 잇?”하며 만져보라 했더니 “오! 핫” 하며 반응한다. 문제는 이 이후. 이 할아버지는 자꾸 날 졸졸 따라오며 자기 이름은 마리오고 관절염 때문에 까를로비바리 온천에 왔다고 하면서 자기랑 두 시간만 차를 마셔줄 수 없냐고 계속 졸라댄다. 안된다고 말하자, 자기는 차도 있고 엄청 좋은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라며 같이 호텔로 가잖다. (어쩌라고) 그래서 "좋겠다. 그런데 난 프라하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라고 뻥을 쳤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잘 가라며 내 여행에 축복을 퍼부어 주었다. 나도 할아버지의 관절염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주긴 개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이태리 할아버지들은 너무 주책이다. 날이 어두워질 때는 아무래도 몸을 좀 사려야한다.

아무튼 무사히 버스를 타고 다시 프라하 나의 민박집 나의 침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온천수는 감기에 큰 효능이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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