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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nus 창 Oct 07. 2017

노동유연성, 무엇을 놓쳤는가?[채용]

지금 이대로가면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제가 9월 내내 바빠서 구독자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이나 이메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포스팅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메일이나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지난주에서야 확인했는데요.

구독자 분들께서 수많은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추석연휴동안 고민해본 결과, 시간이 그나마 한가한 지금 포스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구독자 분들이 제안하신 주제들 중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서 다루어야겠다고 정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확인 못한 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포스팅 주제를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왜곡은 심각하고, 이게 앞으로의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나라 언론, 정치인,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왜곡 원인과 해결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로 하여금 오늘의 주제를 다루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포스팅할 내용은 제 개인경험과 기존에 논의되고 있는 사안과 다른 내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지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우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개념인지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념을 알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유연성이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유연성을 노동시장에 대입시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결국 '채용과 해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채용, 해고의 관점으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채용과 해고 절차가 간소해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논의의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고문제만 다룰 뿐, 채용에 관련된 경직성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해고절차만 간소화해버리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코 채용규모를 확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게 뽑으면 그만큼 인력 비용이 줄어드니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런 후진적인 구조로 유연성도 세계 최하입니다.


즉, 회사에 들어가는 사람은 적은데, 나가는 사람이 많아져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더 악화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도 높은 실업률이 높아지고, 결혼도 늦어져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인구문제도 더욱 악화되어 말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이 얘기를 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안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실무를 모른다.
둘째, 이들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마인드에 사로잡혀있다.
이들 대부분이 과연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는지 확신못하겠습니다. 


두가지 요인 중에서도 저는 첫째 이유가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는 신기하게도 그냥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문가는 Knowledge(지식)와 Act(실무경험 및 감각)을 갖춘 이를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냥 Knowledge(지식)을 갖춘 이를 전문가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TV나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을 보면 대부분이 (대학교->대학원->해외유학) 코스를 밟고 온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유학 후에도 기업의 노사문제를 다루던가, 강단에서 강의만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던가, 한쪽의 측면에서만 문제를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위 패널 중에 실제로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들이 전문가랍시고 노동문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이명박 정부때부터 이어져온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논의 역시 그냥 '탁상공론'식으로 진행됨은 물론 지금까지 구체적인 결과물도 없었던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것을 채용, 해고의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할 것입니다.



먼저, 채용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채용 과정에서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바로 '블라인드 채용'이 그것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말그대로 어떠한 경력도, 어떠한 자격증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자기소개서로 사원을 뽑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토익, 오픽 등 각종 자격증 따는데에만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시행되었습니다.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찬성입니다.


학벌이나, 토익 등 쓸데없는 자격증으로 지원자를 차별한다는 것은 실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뽑는다는 측면에서 분명 나쁜 것입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SKY대생들이 특출나게 일을 잘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학교가 좋기 때문에 그 밑의 대학교 학생들에 비해 좋은 인턴 기회를 부여받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그들의 업무능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해결능력 같은 건 학벌이 아닌 아르바이트나 학창시절 학생회나 여러가지 활동을 많이 했던 학생들이 더 우수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문제해결역량 등 기본 역량은 오히려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우수합니다.


또한, 토익이나 무역관리사 등 자격증도 실무에선 거의 안씁니다.

특히 국내영업이면 한국어 쓸텐데 뭐하러 영어를 공부합니까?


그리고 해외영업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그냥 영어로 이메일 작성이나 무역관련 용어만 알면 업무에 지장이 없으며, 실무지식이나 역량은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지, 읽으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에 대해 나쁘게만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고용과정에서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오히려 또다른 사기나 거짓말만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바로 자기소개서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자기소개서는 소위 '자소서'라고 불리는데요.

또 다른 말로 '자소설'이라고 합니다.


말그대로 자기소개서라고 하면서 실은 소설을 쓴다는 것으로, 거짓말을 쓴다는 것입니다.

예로 들어, 모 회사에서 일하지도 않았고, 모 동아리에서 활동도 안했으면서 정작 자기소개서 쓸 때는 모두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라는거죠.

자기 경험을 회사와 매칭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하지만 그걸 하라고 하다보니 거짓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러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유망한 인재를 뽑고 싶은데, 정작 자소서를 모두 자소설로 쓰다보니 인재를 가리지도 못하고, 결국에는 학벌이나 자격증을 보게 되는 것으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토익 등 쓸데없는 자격증이나 학벌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에는 긍정적일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채용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대기업에 편향된 경제구조가 문제입니다.

아무리 채용과정을 간소화하여 경직성을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자리는 부족한데 지원자는 너무 많다보니 실업률은 그대로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경직성은 오히려 더 강해집니다.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너무 약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수도 있으나, 이미 다른 블로그나 기사에서 많이 다루었던 문제이고, 여기서 다루기에는 분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고용의 경직성 해소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해결책을 사용해야 할까요?


저는 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약직이라고 하면 안좋은 시선부터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위해 계약직은 필요합니다.

실례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미국이 이런 우수한 노동시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계약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계약직이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단위로 직원을 채용해 기한이 지나면 해당 직원을 내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크게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 소속으로 채용되는 계약직이 있고, 채용대행업체 소속으로 원 회사에서 일하는 파견계약직이 있습니다.


이 계약직은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든지 다 있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계약직 문제가 북미나 유럽권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계약직 제도 덕분에 우수한 인력을 수월하게 수급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력이 있는 우수한 계약직 출신 취업준비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다"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은 그냥 토익, 오픽만 계속 공부하면서 업무경력을 쌓는데는 뒷전이고, 기업들은 또 그것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인적성 시험이나 창의성 면점 등 이상한 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별별 면접이나 채용제도를 도입하는 듯 하지만, 모두 우수한 인재를 뽑는데는 기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경직시키면 시켰지, 아무런 개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약직에 대한 처우개선"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첫째, 계약직도 경력으로 인정해야 해야합니다.

먼저 해외 선진국들은 어떨지 알아보십시다.


북미나 유럽권에서는 기본적으로 계약직도 엄연히 경력직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월급도 일반 정규직 직원에 비해 약간 높게 받고 있습니다.

계약이 끝나고 난 후를 대비한 것이자, 그 직원의 경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Resume에는 계약직이란 표현을 안씁니다. 그냥 직책이나 무슨 일 했는지만 서술합니다. 그러다보니 차별이 발생할 이유가 없죠.


계약이 끝나도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비교적 빨리 재취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캐나다에서 일하던 회사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계약직이었는데요.

계약이 만료될 시점이 오면 고용자가 경력증명서 외 추천서를 작성해 해당 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오면 이미 다음 회사에 취업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떤 직원은 계약이 3개월 남아있는 시점이었는데, 이미 다음 회사를 구했더군요.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구권에서는 계약직도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무명도 계약직을 뜻하는 Extacted가 아닌 Marketing, Sales 뒤에 Specialist, Admin, Junior 등으로 합니다.

이는 단순히 계약직 직원들이 이직할 때 계약직임에도 차별을 받지않도록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계약직도 엄연한 경력"이라는 관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어떨까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 대부분은 계약직을 활용하고 있고, 경력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계약직이라도 채용 직무에 필요한 경험을 쌓은 계약직이라면 경력으로 인정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의 신입들을 보면 계약직 경험을 갖고 있는 이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외국계 기업들이 학벌이나 토익점수가 실제 업무 역량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며,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실제로 제가 전에 일하던 회사의 신입 모두가 계약직이나 인턴에서 전환된 경우 입니다.

이렇게 되니 외국계 기업을 지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계약직으로도 취업할 동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계약직도 경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입사지원서 작성에 대해 규제해야 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서는 SK그룹, 삼성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인사시스템은 후진적인데요.

이들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살펴보면 신입, 경력직 채용 모두를 포함해 업무 경력을 적을 때 일일이 '인턴', '계약', '파견', '정규직'인지 여부를 묻고 있습니다.

사진엔 나와있지 않으나, 최근 주변 지인이 채용하는 과정을 보니 묻고 있더군요.


이 여부를 묻는 이유는 그냥 "거르겠다"는 뜻으로 보일 수 밖에 없죠.

설사 서류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임원면접 등에서 "계약직이죠?"라고 하면 왠만해선 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우리나라 취업준비생들이 계약직은 당연히 기피하고, 대기업 정규직만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정작 대기업들도 정해진 TO가 있어서 지원자를 다 뽑지 못하고, 덩달아 실업률만 고공행진을 하게 된 것이죠.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채용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닌, 거르고 걸러서 남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아무리 경력이 좋은 계약직이라도 아무 업무 경력없는 대졸자들에 비해서 좋은 대우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을 하면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없어, 월급도 적어, 각종 혜택도 못받아, 경력도 인정 못 받아, 누가 계약직을 하겠습니다?

 

따라서, 채용과정에서의 경직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사지원서에 계약직 여부를 묻는 문항을 모두 없애야 되고, 면접 시에도 계약직인지 여부를 묻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직에 대한 처우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을 명문화하여야 합니다.



먼저 여기서는 채용과정에 대해서만 다루었는데요.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중소기업 육성", "정규직 채용"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실현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적이고, 해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우수한 국가들의 사례를 알아볼 수밖에 없는데요.

제 결론은 '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 철폐'입니다.


기업입장에서는 더 우수한 직원을 뽑을 수도 있고, 기한만 채우면 내보내서 더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득이구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계약직 업무를 수행하여, 그만둔 후에도 더 나은 회사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나 개인이나 Win-Win관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일반 기업들의 채용과정에 인턴인지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묻지 못하도록 명문화해야 하구요.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여 정규직과 계약직 간의 차별을 금지해야 합니다.


다음편은 해고절차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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