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높다고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사람은 마케팅하면 안됩니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하다보니, 제가 집안일도 하고, 장도 보고, 이것저것 쇼핑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제품(대표적으로 식료품, 샴푸 등 필수 소비재)은 값싼 것으로 구매하면서, 정작 또다른 어떤 제품은 비싼 것(청바지, 신발, 컴퓨터)만 구매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이 당시까지만 해도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냥 궁금하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 후,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가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정 제품을 대리점을 통해서 판매할 때, 똑같은 제품이라도 대리점마다, 아니면 거래처마다 가격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거래처는 싼가격에 제품을 공급하지만, 또 어떤 거래처에는 비싼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도 하지요.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물건을 공급받으려는 거래처가 많습니다.
청바지를 예로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리바이스나 유니클로와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청바지(50,000원~80,000원)를 입지만, 몇몇 사람들은 누디진, 게스진 등 비싼 청바지만 골라서 입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대학생 시절 누디진(평균 200,000원~400,000원)이 아니면 절대로 청바지를 입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누디진만 구매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정말 불합리한 행위였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누디진을 구매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제품은 그 가격에 파는 것이 맞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비싼 제품(청바지)이 저에게는 엄청난 만족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비싼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업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비싸다고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국내 모기업에서는 품질이나 AS에 대해서는 평이 좋지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더군요.
이는 프리미엄, 럭셔리라는 제품군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도 여기에 대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프리미엄, 럭셔리정책을 추구하고자 할때,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지. 그리고 실패사례를 다뤄보면서 해당 원칙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사실 프리미엄 제품이나 럭셔리 제품이나 비싼 건 매한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제품군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프리미엄과 럭셔리는 품격효과의 존재유무와 가격상한선의 존재유무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럭셔리 제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아이폰'이 있습니다.
아이폰 자체는 비싸고 제품가치도 높지만, 이 제품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남들과 달라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폰 이용자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 아이폰을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길거리륻 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품위효과를 제공해준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한 아이폰 X가 가격이 비싸서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아이폰 시리즈가 럭셔리 제품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반면에 럭셔리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휴고보스 정장을 봅시다.
솔직히 정장도 가격대에 따라 소재나 활동성 차이는 있으나, 실제로 입어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저도 직장인이라 정장을 입고 다닙니다만, 저렴한 정장이나 비싼 정장의 차이를 잘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이런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은 가격은 또 엄청나게 높습니다.
신기하게도 가격은 이렇게 비싼데, 더 비싸면 그걸 선호하게 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집니다.
남들과 나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즉, 품격효과의 유무와 가격상한선의 존재유무가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과 럭셔리 제품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프리미엄 역시 일반 모델보다는 비싸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먼저 프리미엄 전략을 먼저 서술한 후, 럭셔리 전략을 부가적으로 서술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이라면 애플사의 '아이폰'이겠죠.
하지만 워낙 제가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업체 사례도 들면서 서술하겠습니다(솔직히 저도 아이폰 얘기만 해서 좀 지겹네요ㅎㅎ).
성공적인 프리미엄 전략을 위해 다양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저는 그 요소들의 공통점만 다루겠습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구독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기업의 성공을 위해 유달리 강조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사실 이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어로 뚜렷하게, "~~것은 ~~다"는 식으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모든 역량을 대외에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밑에 서술하는 원칙들도 결국에는 모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흔히들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적 우위는 짧은 기간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아이폰의 카메라 어플의 성능은 동시대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되지 않아 삼성전자의 갤럭시, LG전자의 G시리즈에 추월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역시 출시될 때마다 각종 신기술을 채용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제품에 의해 기술적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기술적 우위는 몇몇 특수한 시장을 제외하고는 빠르게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일시적으로만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 우위를 장기적인 우위로 바꿔주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 특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례가 유명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인 [탑기어]에서 다루었던 '페라리 Vs 아우디'편입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호스트들이 페라리와 아우디를 탑승하면서 성능테스트를 진행하는데요.
테스트 후, 탑기어의 모든 호스트들이 성능면에서는 아우디가 페라리를 압도한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본인이 구매할 차량으로 페라리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페라리와 아우디의 인지도 차이를 고려해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브랜드 이미지의 위력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래도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존재는 어디까지나 이론이지, 현실에서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게 "무슨 브랜드는 믿을만 하니까, 그 제품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솔직히 다른 제품과 일일이 비교하는 것도 귀찮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리미엄 제품에 있어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제가 실제로 제품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가는 면도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건축자재 업체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저희 회사는 백시멘트 등 기본적인 건축자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인데요, 그런데도 잘 팔립니다.
왜냐하면 저희 회사 제품이 타사 제품에 비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이란산 제품의 경우에는 가격이 저희 회사 제품 가격대보다 낮지만, 시공하고 나서 갈라짐이나 생산과정에서 과도한 색소 활용으로 인해 탈색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반면에 저희 회사 제품을 사용하여 시공할 경우에는 건축물의 수명이 길어짐은 물론, 탈색이나 악취가 풍기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왠만한 건설사에서는 저희 회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특히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 아이파크 등등이 말이죠.
저의 사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밀레의 경우, 자사의 제품 가격을 경쟁사 대비 최소 20% 높은 가격을 책정합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이 쟁쟁한 업체들이 버티고 있고, 가격도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밀레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2/13년도 기준으로 밀레는 42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밀레의 공동회장인 마르쿠스 밀레는 밀레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국내(독일)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프리미엄 부문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 제품들은 20여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술 및 환경 측면에서 보자면 당신이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입니다. 이 정도로 보장된 품질에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밀레는 항상 'Forever Better(항상 더 나은 것)'이라는 비전으로 다른 경쟁사를 압도하는 품질로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밀레 제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밀레의 우수한 제품은 밀레가 수십년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꾸준히 성공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수한 제품, 우수한 서비스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애플이 나옵니다.
너무 자주 얘기하는 것이라서 좀 뭐합니다만,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애플을 따라올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아이폰의 이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팟입니다.
이 아이팟의 경쟁 제품군이라면 삼성전자의 Yepp시리즈와 아이리버 MP3인데요.
저는 중학생 때, Yepp시리즈를 활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iPod을 써보면서 정말 신세계를 느꼈습니다.
Yepp 시리즈의 경우에는 음질은 충분히 좋았지만, 다루기도 힘들고, 디자인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아이팟의 경우에는 디자인도 매우 깔끔해서 좋았고, 유저 인터페이스도 매우 편했습니다.
실제로 아이팟이 아이리버 시리즈, 삼성전자의 MP3시리즈를 꺾고, 세계 MP3 시장을 독점했던 것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애플의 아이팟은 강력한 브랜드, 세련된 디자인, 사용자 친화성, 그리고 통합 시스템이 조합되어 타사 제품에 비해 훨씬 높은 가치를 지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되었으며, 애플이 아무리 제품을 비싸게 팔아도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 것입니다.
천문학적 수입은 덤이구요.
여기서 우리가 빼먹으면 안되는 것이 그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애플의 경우에는 이후에도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으로 지속해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제품군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에어팟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속해서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2013년 출시한 모델S 세단에 대해 흥미로운 잔존가치 보장 정책을 제공했습니다.
구매자는 구매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테슬라에게 차를 되팔 수 있었는데, 이때 중고차의 잔존가치는 벤츠 S클래스와 같은 잔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잠재적 구매자에게 모델S가 그 가치를 오래도록 유지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테슬라는 이 전략을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의 좋은 이미지를 끌어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략은 페라리도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이 별로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 전략은 제품의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도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그 가치를 존속시키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가치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기에 비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제품 가치는 높아지며 브랜드 충성도 또한 높아집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못하는 분야가 바로 이 '소통'입니다.
이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각되어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저 같은 경우에는 평소부터 자동차나 컴퓨터,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비교적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핸드백이나 향수 분야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루이비통이니 샤넬이니 하는 게 저에게는 별 가치가 없습니다.
만약 백화점에서 누디진이나 APPLE 등 회사들이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군을 출시한다고 하면 관심있게 지켜보겠지만, 샤넬이나 루이비통 매장을 지나가는 길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어쩌라고?"라면서 그냥 지나칠 것입니다.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전구 업계'가 있습니다.
1990년 초 처음 출시된 LED램프는 전통적인 백열전구보다 훨씬 절약적이었습니다.
에너지는 아주 조금 드는 데 비해 백열전구보다 무려 10배 오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LED램프의 비용과 수명을 따졌을 때, 최대 65달러나 아낄 수 있는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LED램프 개발자들은 프리미엄 전략에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LED램프와 백열전구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LED램프는 매우 우수하긴 했습니다만, 전체 전구 자체가 가격대가 그렇기 비싸지도 않았고, 값싼 중국산 전구제품이 들어오면서 가격도 더욱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LED램프는 개당 20달러로, 수명이 길긴 하지만 불과 5달러에 불과한 중국산 전구제품은 고장나면 싼가격으로 재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LED램프를 구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무엇보다 당시 해당 업체는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 분야에 너무 투자를 안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고객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고, 고객들은 그냥 눈앞에 보이는 가격표를 토대로 전구를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제품의 우수성이나 브랜드 이미지나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과의 소통면에서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 분야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그 브랜드 이미지 산하에 우수한 품질, 훌륭한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를 통한 고객소통, 가치창출능력과 존속능력이 포함되는 것입니다.
럭셔리의 경우에는 프리미엄과 거의 유사합니다.
하지만 더욱 고차원적인 역량과 원칙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럭셔리 시장에서 특히 중요한 원칙만 설명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럭셔리 제품군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품격효과'입니다. 이 '품격효과'는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라고 느끼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가 설명할 모든 원칙은 럭셔리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품격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럭셔리 제품만을 판매하는 백화점 같은 곳을 가보면, 명동이나 홍대에 있는 매장과는 서비스부터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미용실부터가 다릅니다.
지난번 신문기사로 읽었었습니다만, 청담동 같은 곳에 위치한 미용실에서는 아예 오페라 합창단까지 초빙하여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가서 문의해보니, 해당 미용실 원장은 이렇게 답변하더군요.
"고객님들은 헤어디자이너들의 실력은 별 관심 없으세요. 이미 실력은 검증받았기 때문이죠. 진짜 관심을 받는 부분은 서비스입니다. 본인의 품격을 높이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머리만 잘 깎으면 됐지 뭘하러 저런 것까지 바라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럭셔리 시장에 대해 조사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럭셔리 시장에서 이미 제품의 품질은 기본 전제로 깔려있으며, 고객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게 걸맞는 서비스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함의하는 바는 럭셔리 시장에서는 제품과 거기에 필요한 물류, 유통,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제품 판매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기계발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항상 보게되는 "한 번쯤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글귀도 럭셔리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단 한번의 약점이 걸리는 날에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 그곳이 럭셔리 시장입니다.
럭셔리 시장에서 '높은 가격+한정 생산'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그래야 품격효과도 높아지고, 가격상한도 없어지기 때문이죠.
실제로 기존 럭셔리(급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제품업체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진출하다가 피해를 본 기업이 바로 라코스테입니다.
라코스테는 지금의 위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럭셔리 브랜드였습니다.
라코스테의 인기 제품이었던 카라티의 경우에는 한정 생산 방식과 비싼가격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나서, 주주들의 경영간섭으로 대중시장을 위한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가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을 입고 경영상황도 악화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최근 한국GM사태로 유명해진의 GM의 유럽 자회사 OPEL이 있습니다.
다들 이름만 들어서 정확히 OPEL이 어떤 회사인지는 잘 모를 것입니다.
OPEL은 Admiral이나 Kapitan 등의 럭서리 차종을 생산하던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OPEL은 Kadett라는 대중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쇠락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OPEL은 보급형 차량만 출시하다가 결국 쇠락했고, GM은 OPEL을 매각해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한 것은 덤이구요.
이 두가지 사례를 제외하고서라도 럭셔리 제품만 생산하다가 중저가 시장으로 진출한 수많은 기업들이 실패했고, 성공한 기업도 극소수입니다.
이는 럭셔리 시장의 기본인 '높은 가격+한정 생산'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며, 품격효과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제가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제력'입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도 사람이 운영하다보니, 아무래도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을 늘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욕망에 굴복하고, 자제력을 잃게 된다면 시장점유율, 매출, 브랜드 이미지 모두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럭셔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품격효과입니다.
이 글을 읽을 구독자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실 것입니다.
이 원칙들은 저가시장에서도 중요한 것 아닌가?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저가시장, 프리미엄시장, 럭셔리시장마다 그 요소들의 우선순위가 갈리는 것입니다.
저기시장에서는 원가절감, 기본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반면, 프리미엄시장에서는 고객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을 가치에 충실해야 하며, 럭셔리시장에서는 고객이 그 제품을 이용하면서 얻게 되는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라는 품격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요.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할 것입니다.
요즘 트렌드는 가성비인데,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이 앞으로 작아지지는 않을까?
단언컨데, 그럴 일은 없습니다.
최근 기사에서도 자주 다뤄지고 있는 문제지만, 저는 이 내용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100%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정 품목에서는 저가제품을 사용하지만, 또 어떤 품목에서는 좋은 것만 사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기초소비재의 경우에는 세일을 하지 않는 이상은 비싼 것은 안삽니다.
하지만 시계나 안경, 셔츠 등 일부 의류제품, 컴퓨터 관련 기기에서만큼은 무조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만 구매합니다.
신문기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통계자료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내용만 주로 다루다보니 부분적으로 비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볼 때에는 가성비 시장이 대세라고만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럭셔리 업계의 전체 매출이나 순수익률은 2008년 금융공황에서조차도 지속해서 성장해왔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학자인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흐메드가 수행한 연구결과만 보면 프리미엄, 럭셔리 업체의 수익성이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제품 생산업체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자료는 1966년~2010년 미국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25,000개 이상의 기업과 이들이 공개한 재정자료인데요.
두 연구자는 ROA(총자산이익률)을 성공의 척도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ROA를 기준으로 상위 10%의 ROA를 기록한 기업들을 '기적의 기업'이라고 칭했습니다.
그 밑으로 ROA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자들이 밝혀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적의 기업들은 가격보다는 차별화된 특성을 무기 삼아 경쟁했으며, 수익성을 키우기 위해서 비용 우위보다는 매출총이익에 크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기적의 기업들은 그 아랫등급의 기업보다도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 증거는 그들의 높은 ROA이다."
요점만 말하자면, 프리미엄, 럭셔리 업체들과 같이 고객의 가치에 집중한 기업들의 수명이 비용절감을 중시하는 중저가 업체보다도 더 길었다는 것입니다.
중저가업체들보다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충성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기업들이 럭셔리 시장에 뛰어들려 합니다.
예외없이 실패하지만요.
사실 현대자동차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번 비난하긴 했었습니다만, 현대자동차의 잠재력은 결코 무시하지 못합니다.
기술력이나 인재풀은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넘사벽일 것입니다.
실제로 취업시장을 보면 삼성보다도 더 선호하는 기업이 현대자동차입니다.
연봉이 높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네시스 브랜드는 판매량은 늘어났을지언정, 사실상 럭셔리 시장 진입은 실패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결국 품질,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 이미지는 력서리,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한창 잘나갈 때, 도요타 자동차와 같이 "내구성이 좋은 차", "믿을 수 있는 차" 등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국내에서도 이미지가 안좋습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실제로 캐나다에서 저는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중고차의 잔존가치도 거의 신차에 비견될 정도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절반만 되도 높은 것이라는 중고차 딜러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해당 딜러는 "현대자동차가 그렇게 하는 것을 더 선호하던데, 왜 그렇게 선호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던데, 듣고 있던 저도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결국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한국시장에서와는 달리 해외에서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본고장인 한국보다도 훨씬 싸게 팔고, 잔존가치도 훨씬 낮은데 그 가치를 높게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죠.
그러다가 제네시스를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흉기차"라는 인식만 생겨버린 것입니다.
차라리 초기에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시했다는 것을 숨기면서, 여타 럭셔리 브랜드를 압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실을 다졌어야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초기 제네시스를 홍보하는 방향을 보면 몇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나 판매량은 그다지 중요한 개념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게 팔더라도 제값에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 점을 목표로 세웠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처음 출시하면서 미국에서만 무려 1,000만원 가까이 싸게 파는 등 판매량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몇달전 출시한 G70의 판매량을 보도하면서, "G70이 시장에 안착했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G70의 초기판매량이 많았던 것은 소위 말하는 '신차효과'로, 경쟁작인 BMW 3시리즈, 벤츠의 C클래스가 출시된지 3여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팔린 것에 가까웠습니다.
정말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 자동차와 같이 럭셔리 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다면 사업 목표를 "철저하게 제값으로 팔면서 한정생산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철저히 강화하여, 장기적으로는 현대자동차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킨다"로 두었어야 했습니다.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이고, 이는 곧 고객들이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서 얻게 될 가치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여기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언론에 기사를 뿌리면서 "제네시스 Vs 벤츠, BMW" 식으로 경쟁구도를 만들면서 홍보를 했는데요.
이건 정치판에서 써먹는 수법이자, 그냥 "국산꺼 애용하자"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습니다.
정말로 현대자동차가 럭셔리 시장 진입을 원했다면, 고객이 제네시스를 운전하면서 얻게 될 가치를 중심으로 홍보를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못함으로써 스스로 이미지 손실을 입혀버린 거죠.
정리하자면,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활용하여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가 되려면 거기에 맞는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했어야 했는데, 현대자동차가 평소에 하던 방식대로 일을 추진하다보니 가격은 높은 것 같은데 럭셔리는 아닌, 어물쩡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사례만 보면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제네시스가 출시한지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 저는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전략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앞으로도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방식으로요.
그리고 그 원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 즉 고객에게 제공해줄 가치입니다.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프리미엄이나 럭셔리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이유는 해당 시장들의 수익성이 중저가 시장보다도 훨씬 높고, 기업의 장기성장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메프같은 업체들이 경쟁사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할인을 남발하다가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상기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서비스도 동일해, 가격도 비슷해, 판매 제품도 비슷해.... 도무지 차별점이라곤 없는 시장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수익성이 안 높아지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을 지금도 예의주시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