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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소설가 정세랑이 다정하게 불러내는 이름들

2018년 12월 -『옥상에서 만나요』

소설가 정세랑이 다정하게 불러내는 이름들에는 우리 삶의 조각들이 얽혀있다. 전작 『피프티 피플』을 지나 정세랑이 8년 만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도 역시 그렇다. 정세랑은 이 소설집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묶어 ‘우리’를 믿지 않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대해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리하여 자극으로 허우적대는 시대에 침잠하지 않는 인물의 경쾌하고 밝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는 회사에서의 성차별, 부조리한 노동에 시달리는 ‘나’가 회사 언니들의 ‘주술비급서’를 물려받은 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이겨내는 이야기이다. 「웨딩드레스 44」에는 한 벌의 드레스를 빌려 입고 결혼을 맞이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밖에도 일하는 여성을 이야기하는 「이혼 세일」, 가부장제 시스템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효진’의 이야기를 풀어낸 「효진」, 언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돌연사맵’을 만드는 이야기인 「보늬」를 비롯해 「영원히 77 사이즈」, 「알다시피, 은열」, 「이마와 모래」 등등 작가의 동시대적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넘실대는 작품들이 소설집에 실려있다.


정세랑은 지난 12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현실에) ‘코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충격을 주느냐, 은은하게 스미느냐 하는 전략의 차이일 것이다. 심각한 이야기도 달콤한 사탕을 내밀 듯 부드럽게 하고 싶다. 어쩌면 더 음흉한 전략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때로 ‘나’를 둘러싼 것들이 한없이 미워질 때, 정세랑의 소설을 꺼내 읽어보았으면. 삶에 대한 유쾌한 시선, 따뜻한 위로가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지은이 정세랑

출간 정보 창비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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