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세상
'사람은 뛰지 않는다'
머리속에 계속 맴돈다.
'나는 왜 뛰었지, 그런데, 뛰면 왜 안되지..'
벤치에 더 앉아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단, 일어나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인지 이내 그녀가 내 뒤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움과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뛰면 안되, 뛰는 순간 나는 진짜 미친놈이 되는거야'
신호등에 걸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췄다.
잠시뒤 그녀도 내옆에 멈췄다. 다시 말을 건다.
'핸드폰 두고 갔어요'
'아...'
'고마워요. 부르면 될텐데..'
무심결에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한 맘에 중얼거렸다.
'호호호,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봐요. 여기 사람들은 소리 지르지 않아요'
'아..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래. 그녀는 뛰지 않았고, 나를 부르려 소리 치지도 않았다.
내가 핸드폰을 받자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벤치로 걸어간다.
이 상황에 적응이 안된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