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출연한 유명 정신과 의사, 법정에 서다.

대구 정신과 의사 사건 재판 방청기

by MEI

좀 늦은 후기가 됐다.

오늘 11월 19일 오후 2시에 해당 정신과 의사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다.

[궁금한 이야기 Y]와 [PD수첩]등을 통해 해당 의사의 문제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대구 정신과 의사 김모모씨가 한 명 이상의 환자와 성관계를 가졌고 이로 인해(물론 사유가 이것만은 아님) 학회에서 제명되었으며 피해자들은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의사 김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내가 지난 11월 5일에 방청한 김씨의 재판은 환자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 사건은 아니다.


이미 보도된 것 처럼, 피해자는 최초에 SNS상을 통해 피해사실을 고발했다. 사실 정신과 의사에 대한 내담자의 신뢰와 의존은 절대적이라서 피해자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뒤따랐으리라 짐작한다. 그 후 이 사실을 접하게 된 해당 의사의 병원 전현직 직원들은 피해자와 함께 자신들이 겪은 성추행도 함께 고발에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대구검찰은 이러한 정신과 의사와 환자간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의 드러난 행동만을 보고 성폭력 혐의가 없다고, 최초 고발자의 사건을 불기소 한다. 그나마 직원 강제추행 혐의는 법정에 가게 되어 이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나는 지난 11월 5일 대구지방법원으로 향했다.

본래 10월 중순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검찰에서 추가로 의료법 위반 등을 추가해서 공소장을 변경하게 되어서 재판 일정이 변동되었다.

정신과 의사 김씨가 본래 받고 있던 혐의는...

1. 직원 강제추행

2. 환자 기밀 누설 협박

이었고 이에 대해 검찰이 3년 6개월을 구형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추가된 공소사실은

3. 의료법 17조 1항 위반

이다. 그리고 이처럼 공소장을 변경해 검찰은 정신과 의사 김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사실 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다보니 처음 공판이 시작되고 재판부와 피고인측 변호인이 주고 받는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재판부가 법조항을 또박또박 읽어주었는데 내용인 즉,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등이 아니면 진단서 처방전 등을 작성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변호사: 그 법조항이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직접 진찰’라는 것이 꼭 ‘대면’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판사: 대면을 안 했다는 것은 인정하는 거잖아. 진료 기록은 그러면 어떻게 작성한 거냐. 씨씨티비로 보고 (진찰) 했다는 거잖아.

변호사: cctv로 본 경우도 있고 SNS로 소통한 경우도 있다. 일부는 대면 진찰도 했다. 근데 전체적으로 보면 대면 안 한 경우가 많아서... 대면 안했다는 건 인정한다는 거다.

검사: 환자의 용태를 전화로든 직접 묻거나 한 것도 아니므로 ‘직접 진찰’ 아니다.


CCTV와 전달 받은 메모로 정신과 진단에 처방까지?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측에서는 27명의 진료기록을 제출하도록 되어있었는데 그 중 2명은 특정 날짜에 진료기록조차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변호사는 어쨌든 처방전 등에 최종적으로 사인한 사람은 (환자를 본 적도 없는?) 김씨이므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피고인 측에서는 ‘환자들이 쓴 선처 탄원서’를 내밀었다.


이 부분이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이다.

김씨의 병원은 여전히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러 번 쓰는 말이지만 정신과 의사(상담자)와 환자(내담자)의 관계는 특별하다. 애초에 상호신뢰(라포)가 없으면 진료 또는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경우에 따라 연인, 또는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상담자에게 느끼기도 한다. 그런 환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미 경계 위반, 성관계를 가진 의사가 이번에는 환자들에게 선처 탄원서를 받아온 것이다. 실제로 김씨를 여전히 믿고 따르는 이들 중 일부는 피해자의 직장에 민원을 넣거나 SNS 상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일도 계속되어 왔다. 김씨 하나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선량한 의도(자신이 믿고 따르는 의사를 돕기 위해)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씨는 때때로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놀라서 피해자가 119에 급히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도 ‘살 이유가 없다’라고 올리고 환자가 염려하는 댓글을 달자 ‘물건을 살 이유가 없다’라는 농담으로 마무리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신과 의사가, 정신적으로 취약한 자신의 환자들이 보는 공간에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거다.

대구 검찰과 사법부는 그의 병원이 오늘도 문을 연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걸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변호하는 변호인의 최후변론은 참 여러모로 코웃음이 나왔다.

(제가 방청연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럴 때 현장에서 코웃음을 쳐주기 위해서입니다.)



1. 의료법 17조 1항에 대해서는 무죄 주장.

2. 직원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사건의 경위를 봐도 범행이 경미하다. 또한 피고인인 곤란한 처지(아마 음주 상태였던 것을 의미하는 듯?)에 있을 때라는 점을 고려해달라.

3. 또한 그는 유능한 의사로 다수의 환자들이 탄원서를 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4.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달라. 언론의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라고 검찰이 무리한 구형을 한 것이다.


(*숫자는 임의로 나눈 겁니다.)

4번의 경우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비롯해서 유명인들이 법정에 섰을 때 꼭 나오는 변론인 듯 하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 김씨는 MBC 라디오에서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했고 이후 김어준 쪽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간 듯 벙커1에서 강연, 또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최초 피해자와 조력자들의 노력으로 실제로 언론 주목도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왜 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이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나오도록 애썼을까. 왜 기자들이 어떻게든 이 사건의 본질을 조명하기 위해 애썼을까.

여러 번 말하지만 그가 병원문을 열어서는 안될 이유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록 대한민국 법이 미천해서 당장 그의 병원문을 닫게는 못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라도 이 사실을 알려 환자들의 걸음을 돌려세우고 싶었던 간절함이 있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또는 환자들이 2차 가해를 하는 악업을 스스로 쌓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간절함.


그런데 ‘유능한 의사’라고?

가끔 변호사라는 것도 참 극한직업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설사 피해자들의 호소를 그가 추호도 납득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하더라도... 그도 보고 듣는 것은 있을 것이 아닌가.

등을 똑바로 세워 앉지도 못하고 타인의 눈을 바른 시선으로 마주보지도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유능한 의사’라니. 정신적으로 취약한 내담자들에게 선처 탄원서를 받아 내밀다니. 정말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죄책감이 없나?

모든 사람의 변호받을 권리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변호의 방향 가운데 ‘죄를 인정하고 갑시다’도 없진 않을텐데.


요즘 계속 되돌려 보는 장면이 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대법 선고가 있던 날, 공대위 기자회견에서 외친 구호이다.


안희정은 감옥갔다!
다음은 니 차례다!


오늘, 대구 정신과 의사 김씨가 그 ‘차례’를 순순히 맞이하길 바란다.

그리고 내일은 그의 병원문이 결코 열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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