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아무에게도 연락은 오지 않고
그럼에도 시끌시끌한 타인의 일과 일상들
책은 손에 잡히지 않고 유튜브를 켜고
누군가 나 대신 찍어놓은 해외 도시를 구경한다.
천하의 현란한, 눈부신, 떠들썩한 도시
그곳 역시도
밤에는 외롭다.
너나 할 것 없이
한 블록, 두 블록 멀어지면 들리는 건
어디론가 굴러가는 차 소리,
그 차 안의 사람과 나는 얘기할 인연도 없을테고,
쓸쓸하지 않기 위해 정해놓은 목적지
흩날리는 눈발처럼 대중없이 사라질 뿐.
그 어떤 도시도
시간표, 담배 연기, 그리고 밤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이곳 역시도 그러하나
어쩌면 내 '여행'이란
이 세상 단 한 곳, 어두워지지 않아
내 마음 하나 덩그러니 놓아두고 무심하지 않을
그런 장소를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외롭지 않을 그곳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곳은 바로 '그 곳'인가?
아니면 '그대'인가?
아니면 같은 생각을 하는 무수하고 무수한 나와, 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