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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김사장 May 07. 2017

먹고산다는 건

먹고사는 이야기. 그것은 우리의 삶이자 전부이다.

  "먹고산다는 건."

사람들은 먹고사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먹고 산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 그 자체만의 개념이 아니다. 먹는다는 것은 맛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며 사람 냄새나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 하나에도 우리의 삶이 배어있다는 말이다.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꼬불한 라면처럼 우리는 그 속에서 엮이고 엮인 사람살이를 볼 수 있다. 가을 전어의 고소한 향과 노릇노릇 구워진 등판을 보자면 우리는 그 '맛'에서 이웃의 희로애락을 맛볼 수 있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음식은 우리의 삶이자 향토적인 정신이다.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좋다. 한여름 농사일이 바쁠 때, 농부들은 보리밥과 된장국을 먹고 힘을 냈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 음식이 조금 변질되었다. 간편한 인공조미료에 의해서 재료가 획일화되고 먹는 문화도 단조로워졌다. 학교급식은 같이 먹기 때문에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식판이라는 틀에 받아먹기 때문에 실정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혼밥족'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요즘엔 '쿡방'과 '먹방'처럼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소통하는 방송이 사람들에게 인기다. 먹는 것의 의미가 많이 변화되었다. 개악은 아니다. 물론 식습관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까. 이것들이 문제라고 생각될 때쯤 나는『食客Ⅱ(식객 2)』를 접했다. 평소 만화책은 관심이 없던 나인데 색감이 주는 음식의 생생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읽었다.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食客Ⅱ(식객 2)』는 3부작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 1부 [:그리움을 맛보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맛을 다룬다. 치매가 걸린 할머니의 기억을 혀의 감각으로 되찾아주는 대구 내장젓과 김해 출신 최 과장의 횡포를 잠재우기 위해 말단 직원이 준비한 7 색조 매력을 가진 김해 뒷고기와 보리밥 한 그릇에 얽혀있는 죽은 친구와의 우정까지. 맛으로 이끌어내는 삶의 그리움을 허영만 작가 고유의 맛으로 선사한다. 1부는 맛있는 음식에 감동을 더했다.


맛으로 이끌어내는 삶의 그리움을 허영만 작가는 고유의 맛으로 선사한다.


■ 2부 [:사랑을 만들다.]는 "사랑으로 만든 요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맛이 난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정성이 담긴 갑오징어를 통해 일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사무국장의 이야기와 이웃 간의 분쟁을 탱글탱글 한 면발과 야채로 비빈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로 풀어버리는 이야기. 냉혹한 맛 평가 파워블로거 '독사'에게 선사하는 촉촉하고 달큰한 바다향의 향연 비단멍게 이야기. 사랑으로 만든 요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식 이야기를 선사한다. 2부는 사람을 움직이는 맛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사랑으로 만든 요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맛이 난다."


■ 3부 [:사람을 만나다]는 음식과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맛은 함께 나눌 때 추억이 되고 그 맛의 끝은 사람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3권에서는 음식으로 추억을 떠올리고 추억으로 사람을 만든다. 가을 전어 때문에 하루를 피곤하게 보낸 택시기사의 전어무침 이야기를 통해서 피곤하고 짜증 났던 손님들과의 하루를 고소하고 새콤달콤한 전어무침으로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다음에는 프로 야근러의 혹독한 하루를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육회 3종 세트와 소주 한잔으로 달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좌르르 고일 것이다. 『食客Ⅱ(식객 2)』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유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사실에 근거한 내용뿐만 아니라 음식에 관해서 기본적 상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육회용 육류 부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스토리의 흐름을 깨지 않고 정말 잘 설명했기에 좋은 사례로 소개하겠다.


                                ● "설깃…? 그건 어디 붙어 있는 거야?". "소의 엉덩이 윗부분을 우둔, 그리고 그 밑에서 사태가 있는 뒷다리 위쪽까지를 설도라고 해요. 설도를 다시 소 분할하면 세 가지 부위가 나와요. 보섭살과 도가니살, 그리고 설깃살. 설깃살은 주로 장조림이나 불고기용이에요. 좀 질기거든요. 보섭살은 우둔과 함께 육회용으로 딱 맞고. 그런데 보섭살은 운동량이 가장 적은 부위여서 근막 조직이 많지 않아 그것만 제거하면 부드러움과 풍기가 최고예요."


『食客Ⅱ(식객 2)』는 상식을 설명할 때 스토리를 흐리지 않는다. 논리가 맞고 자연스럽게 설명하기에 집중이 잘 된다. 덤으로 작가의 세세한 정보력과 전달력은 정말 뛰어나다.

"맛은 함께 나눌 때 추억이 되고 그 맛의 끝은 사람이다."



[먹고사는 이야기. 그것은 우리의 삶의 전부이다.]

 『食客Ⅱ(식객 2)』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음식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찬양은 아니다. 오히려 그랬더라면 내용이 반감되었을 수도.

스토리 보조 이호준 씨가 이야기했다.


"『食客Ⅱ(식객 2)』은 음식과 맛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자 헌사이다."


『食客Ⅱ(식객 2)』은 '사람 냄새나는 작품이다.'라는 명예를 받은 만큼 책에서 향토의 냄새가 가득했다. 황홀한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한 숟가락 듬뿍 하늘 높이 들어 올려 입안에다 넣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작가 허영만은 만화가를 가장한 최고의 요리사가 아닐까? 『食客Ⅱ(식객 2)』라면 대한민국 식도락 여행의 바이블이 될만하다. 이 책을 읽는다면 책과 함께 여행이 떠나고 싶어 진다. 이 책과 함께 전라남도 승주군에 있는 선암사에서 보리밥을 한 큰 술 크게 떠서 입에다 넣고 막걸리를 곁들여 먹고 싶어 졌다. 『食客Ⅱ(식객 2)』를 단순히 만화책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食客Ⅱ(식객 2)』가 우리나라 음식과 삶에 관계에 대한 역사적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이 먹는 일에 대한 숭고와 감사 그리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먹고사는 이야기. 그것이 우리의 삶이자 전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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