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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김사장 Jan 29. 2017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버킷리스트] :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

     종잇장처럼 하얀 눈이 수없이 펼쳐진 러의 심장을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의

얼지 않는 항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출발한 기차는 붉은 광장이 펼쳐진

모스크바까지 일주일간 쉼 없이 달린다.


     낭만을 가진 채로 하얀 눈밭을 달리는 순백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열차의 환경이 좋지 않다.

우선 좁디좁은 기차 안에서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 좁은 방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힘든데

2층 침대가 빼곡히 놓은 열차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면 상당히 고역이다. 또한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기본이고 음식도 라면이 삼시 세 끼이다. 특유의 냄새도 고약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자고 먹고 쉬는 게 전부인 그런 열차가 난 왜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 아마 이렇게 느껴져서 일 것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지만 인사 한 번이라도 건네기 이해서 러시아를 알아가는 것과 특유의 냄새가 

고약하지만 나 역시 그 속에 어울려 퀴퀴한 열차 여행자가 되는 것. 그리고 라면이 삼시 세 끼가 되겠지만 

잠시 정차하는 역사에서 사 먹는 현지 음식이 익숙해지는 것과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쉬는 게 전부인 

곳에서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어떻게' 가는 것이 아닌 '왜' 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점들이 나를 이끌었다. 열차를 타면서 나쁜 점도 많겠지만 그 속에서는 나쁜 점도 좋아지고 좋은 점은

더 좋아지는 여행이 될 수 있다. 훗날 이 여행을 끝마치고 원하는 감정들을 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국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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