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무게 잡는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지
무게를 잡는 인간은 역설적으로 무게감 없는 인간이다. 그가 잡는 '무게'의 속알맹이는 콤플렉스, 약점, 겁, 두려움 등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무게감 있는 인간은 무게를 잡지 않는다. 그런 인간 유형은 가볍고, 초연하고, 단단하다. 다른 사람이 던진 말로 상처 받았다고 징징대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 '그러려니'조차 억지로 이해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자기 마음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별일 아니다. '품이 넓다', '그릇이 크다'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표현을 빌리면, '둔감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30년을 넘게 살며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몇 명 만나봤는데, 그들은 내 삶에서 3명도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한 사람은 잘 생겼고, 술도 잘 먹고, 대학도 잘 나왔고, 일도 잘 했고, 인기도 많았다. 삼국지 게임의 캐릭터를 빌려오면, '조자룡' 같은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매력 넘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타고난 부자도 아니었고, 머리가 뛰어난 천재도 아니었으며, 잘 생겼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정도로 잘 생긴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라면, 콤플렉스가 없다는 것이었다. 약점이 없다는 것! 그것은 그것이 그 사람을 그렇게 무게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었다.
백 가지 장점을 가지고 한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단 세 가지 장점 뿐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이 낫다. 단점이 하나 있는 사람은 그 한 가지 단점(콤플렉스)이 등장할 때마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작아지는 것이 싫어 무게를 잡더라도, 그것은 단점을 잠시 감출 뿐 단점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것이다. "단점을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방법 또한 간단하다. 극복 가능한 문제-돈이 없는 것, 직업이 없는 것 등-은 그것을 얻을 때까지 자기자신을 극렬히 다뤄가며 정진하면 된다. 극복 불가능한 문제-키가 작은 것, 얼굴이 못 생긴 것 등-은 단점을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 대부분은 극복하지 못하고 '무게를 잡는' 쪽을 택하고 말지만, '무게감 있는' 사람이 되려면 자신의 약점을 웃어넘기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너는 잘 하고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당연히 안 되니까 이런 글을 적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무게감 있는 인간이 되어야지'라고 마음 먹고 있는 한, 그렇게 되어가리라고 믿을 뿐이다. 인간은 자신이 닮고 싶은 존재를 흉내내다가 닮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참 어렵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다음에 붙은 문장은 다소 섬뜩한 문장이다. "그를 파괴하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무게감 있는 인간이 되는 길이 어렵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이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게감 있는 인간이라면, 그런 상황에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니, 멀고도 먼 그 경지를 아득하게나마 생각해보며 오늘도 한 걸음을 조금씩 걸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