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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호 Apr 21. 2019

단순한 원칙들이 가장 강한 무기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말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잘 사는 법을 몰라서 잘 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 사는 법을 너무 많이 알아서 잘 살지 못한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니, 뭐 하나 딱히 제대로 하는 것조차 없는 느낌이다. 최근에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다가 결론에 이르렀는데, 결론은 이것이었다. 삶에는 단순한 원칙들만 유효하다. 복잡하거나 의식적인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은, 단기간은 추진 가능하겠지만 장기간은 결코 추진할 수 없다.


운동법에 적용시켜보자. 운동을 하는 방법은 헬스장에 가거나,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아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내 생각에 가장 최악의 운동법(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다)은 월요일에는 어떤 운동 몇 분, 화요일에는 어떤 운동 몇 분, 수요일에는 ... 이런 식으로 운동 자체를 아주 잘게 쪼개서 하는 방식이다. 운동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분들이라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에 이런 운동법을 활용하겠지만, 그저 건강관리 수준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세분화된 계획은 오히려 사람을 금방 지치게 한다. 차라리 '하루에 스쿼트 100개만 한다'라든가, '하루에 스쿼트 100개 + 턱걸이 10개만 한다'는 전략이 더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이조차도 수치가 들어가서 세분화된 느낌이 든다면, '하루에 10분은 요가매트 위에 올라간다'는 것으로 단순화시켜도 좋을 것이다.


시간관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3월 중 2주 동안 하루를 10분 단위로 쪼개서 어플에 기록하며 나 자신을 생산적으로 몰아세워 봤는데, 결과는 역효과였다. 딱 2주 하니 지쳤다. 이런 세분화 전략은 실질적으로 삶을 변화시키기에 부족하다. 차라리 나는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편에서 장항준 감독이 소개한 김은희 작가의 하루를 대하는 방식이 시간관리에 더 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김은희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어제보다 0.001%는 항상 발전하는 작가라는 점"이다. 별 볼 일 없는 내용이지만, 어제보다 0.001% 나아지려면 어제 부족했던 점을 알아야 하고, 어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늘 하루를 살려면 어제보다 몇 배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서 기록해보는 것이 하루의 반성을 위한 수단이라면, 0.001% 나아지려는 노력은 삶을 바꾸는 본질적인 행동이다. 단순하지만 훨씬 강력하지 않은가.


단순한 원칙은 삶을 내가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느낌은 나쁘지 않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발전시키는 듯한 감각. 이것이야말로 생산적으로 하루를 일궈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양분 아닌가. 세분화된 전략은 타인이 차려놓은 밥상이고, 학원에서 만들어놓은 시험문제 족보 쪼가리다. 당장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잠시 도움이 될지언정, 한 사람의 삶을 지속적이고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외에도 단순한 원칙들이 가지는 힘의 사례들은 무척 많을 것이다. 만약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단순하게 가야 한다. "Simple is the best"는 디자인에서만 해당하는 구호가 아니다. 단순하게 가자. 단순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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