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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Jul 16. 2022

지속가능성의 미래

현대모터스튜디오의 <Habitat One> 전시를 보고 


지속가능성의 꿈

이번 여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미술 속 인테리어>를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부산에서 휴가를 보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고요. 시간을 내어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하는 디자인 전시를 봤습니다.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란 화두는 미술관에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도시란 어원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입니다. 오죽하면 도시를 뜻하는 Urban의 어원이 '완곡어법'을 뜻하는 Urbanus에서 왔을까요. 고도의 문명화에 따라 도시의 팽창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만큼 도시는 탄소 생성 공간이 되었습니다. <해비태트 원> 전시는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세대를 위한 주거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작품들이 하나같이 놀라워요. 조류를 가공해 뽑아낸 바이오 폴리머를 3D 프린터로 바다에서 서식하는 산호 형태로 만들었어요. 모든 미생물은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고분자의 폴리에스테르류를 체내에 알갱이 모양으로 비축하고 있답니다. 이걸 뽑아서 나무 형태로 만드는데요. 놀랍게도 이 나무는 실제 나무와 동일한 광합성 및 탄소 포집능력을 갖고 있다지요. 



이 작품은 <Air of Blooms>란 것인데, 바이오 폴리머를 이용해 도시 한가운데 숲을 만들고, 특정 장소에 모이는 사람들의 숫자에 맞추어서 모듈화 된 벤치가 라인을 타고 나오는, 공공의 휴식을 위한 공원입니다. 한 마디로 공간 효율과 탄소포집을 고려한 공원의 모습을 상상했어요. 에어 오브 블룸은 모듈형 로봇 유닛의 조합으로 만들어졌고, 접근하는 숫자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있답니다. 이런 상상력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어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젤리 같은 알게를 채운 작품이 관람객이 걸어가는 산책로가 되었습니다. 알게ALGAE란 미세조류는 수서 환경에 서식하며 탄소 고정 과정인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소를 고정, 흡수하는 엽상체 식물을 말합니다. 광합성으로 활성화되는 이들의 대사작용은 태양광을 산소와 바이오에너지로 전환시킨답니다. 놀라운 게 사진 위의 5개의 유리병에 담긴 알게는 5그루의 다 큰 나무의 광합성 수준을 보여준다니 놀랍지요. 최근 재생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carbon neutral) 개념의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과 수요가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미세조류 바이오 매스를 활용한 바이오 연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전시장에 등장한 작품들은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개연성과 논리를 가진 예술작품이란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벌룬 형태로 만든 모듈형 벤치들은 너무 편했습니다. 중앙에는 모바일폰을 충전하는 장치가 달려있네요.



이 작품은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트리 원>입니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던 생명의 나무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도시 공간을 채울 디지털 나무들의 예표가 될 만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네요. 바이오폴리머로 만든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생분해되면서 산소와 바이오매스를 토해내는데요. 바이오매스(biomass)는 생명체(bio)와 덩어리(mass)를 결합시킨 용어로 “양적 생물자원”이란 개념을 말하는데, 지구 상에서 1년간 생산되는 바이오 매스는 석유의 전체 매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므로, 적정하게 이용하면 고갈될 염려가 없어 무한자원으로 분류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미래적이라고 느꼈던 거주지의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Inhabiting Air>란 작품인데요. 일시적으로 머무를 공간이 필요할 때 최적의 장소를 찾아 스스로 결합하고 해체되는 피난처를 만들어 인간에게 제공합니다. 각각의 모듈은 드론처럼 날아가서 현장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겪는 동식물의 피난처가 대피소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 놀라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피난처는 사용 후에는 다시 원래 모듈 단위로 해체되어 흔적을 남기지도 않고 언제든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이번 전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과 같은 화두를 풀어가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공학도, 생명과학 및 환경연구자의 협업체계가 정교해질 것이란 점이에요. 미술은 항상 시대의 숙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요인들과 요소기술들을 포집하는 상상의 플랫폼이었으니까요. 휴가를 핑계 대고 부산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에서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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