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홍삼 캔디
와~ 진짜 습하고 더운 날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주륵 나고... 평소 같으면 걸어 다닐 거리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걸어서 가지 못하겠다.
더위를 참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할머니 한분께서 자리에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계신다.
난 버스가 언제 오나? 대중교통 어플도 확인하고 정류장에 있는 모니터도 다시 한번 확인한다.
3분 후 도착 예정
할머니께서 말을 건네 온다.
"학생 ~ 나 동서울 터미널 가야 하는데 몇 번타고 가야 해?"
40대 아저씨를 학생이라고 불러 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급 공손 모드로 말씀드렸다.
"이제 93번 오면 그거 타셔서 종점 가서 내리시면 되요. 종점이 동서울 터미널 입니다"
"저랑 같이 타시면 되요~ 할머니"
이어서 할머니께서 또 말씀을 걸어오신다.
"내가 별내에 20년을 살았어. 근데 이 동네는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어. 버스기사한테 분명 동서울 터미널 간다고 했는데 날 여기서 내려 준거야"
"나 평창 가야 하는데... "
"우리 아기들 기다려서 빨리 가봐야 하는데"
"강원도 평창 가세요?"
"아니 경기도 평창, 아니 배운 사람이 경기도 평창도 몰라?"
'경기도 평창이라.... 아 진짜 모르겠는데... 어디지?' '안성 옆에 평창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지도를 켜고 찾아보니.. 안성 옆에 평택을 평창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침 버스가 오고
할머니 먼저 버스에 올라타시고 나도 뒤를 이어 버스탑승 완료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꼭 종점에서 내리셔야 해요~ 종점이 동서울 터미널입니다." 자리를 안내해 드리고 다시 한번 어디서 내리는지 말씀드리고 나도 빈자리에 앉았다.
덥다 더워~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께서 작은 캔디 2개를 내미신다.
"학생 고마워~ 맛있어 먹어봐"
빨간 포장이 되어 있는 홍삼 캔디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잘 먹을게요" 건내 주신 캔디를 한참을 바라본다.
할머니가 주신 캔디 두 개가 더위를 말끔히 씻겨졌다.
내릴 때가 다되어 할머님께 다시 한번 말씀드렸다.
"할머니, 꼭 종점에서 내리셔야 해요~"
할머니가 주신 캔디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할머니를 조금 도움드릴 수 있는 것에 내 스스로 기분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몸에 좋은 홍삼 캔디여서 좋았나보다 ㅎㅎㅎ)
누군가에게 조금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에 기분 좋은 오후를 시작했다.
친절의 어루만짐이 있다면, 하루 생활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 엘리스톤
할머니께서 평택에 잘 도착하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