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냐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

혼자 지내니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외롭다고 이야기했다. 생각해 보면 한 번도 외롭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외로움이 사람의 부재나 관계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거친 말과 상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겪었다. 우리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읍소하듯이 말하며, 다른 반원을 그리고 있던 기만을 목격했다.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 사람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기대 없이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면서 타인과 관계가 내게 공허진 마음의 정체가 외로움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 외로움 때문에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 사회학자는 행위를 실제로 가능하게 하는 힘이 감정, 특히 자신감(self-confidence)에 있다고 주장했다. 행위는 미래를 향한 것인데,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래서 감정의 힘을 빌어서만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는 나와 타인의 행위, 반응, 그리고 그것들이 의미를 만들며 상호작용을 구성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는 행위가 있게 하는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지금의 나는 타인을 향하지 않고,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 관계를 만들 행위에 대하여 무용함을 느낀다. 어쩌면 지난 관계로 인해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관계를 향한 행위를 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헛헛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