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허물어져서 얕은 바람에도 열이 나서 끙끙 앓는다. 그러나 바람의 촉감을 잃고는 풍경이 변하는 시간 안에 살 수 없어서 온도를 잊은 채 꽁꽁 여미고 바깥을 걷는다.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 허공에 사랑을 손가락으로 쓰고, 사랑을 잊지 않으려 입꼬리를 억지로 귀에 건다. 낯선 주름에 볼이 얼얼하다. 그러나 언젠가 올려 세운 입꼬리가 자연스러워지며, 웃는 일이 일상이 되고, 사랑 두 글자를 잊는 일이 우스워지고, 어두운 하늘에도 해가 떠 있다 믿고, 기대하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그리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