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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Sep 09. 2020

워크디자인 출간, 그리고 그 여정

By Wodian Grace 

2017년부터 작업했던 책이 '워크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이 소개되었습니다. 워크디자인은 제가 지난 오 년간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 워디랩스의 핵심 콘텐츠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워크디자인을 처음부터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고, 실험했던 쟈스민 한 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책을 쓰면서, 프롤로그만 몇 번을 바꿨을 거예요.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코로나 사태가 커져, 출간 계획이 여러 차례 미뤄졌고 최종으로 나온 프롤로그는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세상에 왜 우리 책이 필요한가로 바꿔서 다시 작성했지요.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 가장 솔직하게 담았다고 생각하는 프롤로그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에 소개되지 못한 글이니, 이 자리에서는 나누고 싶었습니다. 




-워크디자인 프롤로그 미생 버전- 


우리는 ‘일을 디자인하는 연구소’를 만들어 이와 관련한 콘텐츠를 연구를 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첫 동기는 대부분 ‘결핍의 발견'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다. 일을 잘해서 혹은 일에 대한 비법을 잘 알고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뜨거운 궁금증 때문이었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참으로 열심히 받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누구보다 시키는 일을 열심히 일 했으며, 주말에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끊임없이 자기 계발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우리에게 주입된 일의 미덕의 첫 단어는 ‘열심히'였고, 우리는 그것을 삶의 미덕으로 삼아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 미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질문과 숙제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


‘내가 하는 일이 진짜 나의 일인가? 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며, 할 수 있는가? 이 일이 아니면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늘 일에 대해 스스로 던진 질문은 도돌이표로 돌아왔고 뾰족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런 생각이 문득 기어오를 때마다, 사치스러운 생각이라 억누르며 입을 막고 하루하루 다시 살았다. 당시 유일한 일탈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헤매는 것이었다. 나를 알아봐 주는 곳, 내 능력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지금의 밉상 상사를 다시는 보지 않는 ‘천국’을 찾아 헤매며 늦은 밤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고, 동료와 상사 몰래 시간을 겨우 내어 인터뷰를 보러 갔다. 가까스로 이직한 직장에서의 합격의 기쁨도 잠시, 늘 산을 넘어 만나는 산은 높고 험난했다.


한동안 세상을 탓했다. 문제가 가득한 사회와 조직에서 스스로 피해자로 꾸며보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는데, 세상은 개인을 이용할 생각만 한다고 믿었다. 팍팍한 하루의 일상, 답도 없는 미래의 고민으로 투덜거렸고, 퇴근 후 맥주로 마음을 달래며 털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투덜이로 살아가는 것도 피곤했고, 적당히 세상에 순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턱밑까지 차올랐던 그 질문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 순간이 우리 둘에게 왔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에서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던 우리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다시 모이게 되었고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스스로 답안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오랜 시간 인간의 심리를 공부하고,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해본 경험은 그 답안지를 만들어 가는데 분명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을 확신했다. 자료를 모으고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여태껏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일의 프레임 자체가 그다지 건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애초부터 일과의 관계 맺음에 문제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가만히 돌이켜 볼까.


20대, 취업은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대학교의 경력개발 센터에서 ‘빠른 취업’에 관련된 수많은 스킬과 전략을 가르쳐 주었고, 삼삼오오 모여서 취업을 준비할 때도 나의 적성을 알기보단, 회사를 위한 ‘맞춤형 인터뷰와 이력서’ 준비를 질릴 때까지 연습했다. 그리고 취업에 잘 다듬어진 마네킹 순서대로 취업이 되었다.


30대, 일이 ‘생계형 수단’으로만 머무를 때,  ‘어떻게 무엇을 어디서’부터 질문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선배도, 교수님도, 상사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다. 취업이 되고 나서 적성과 일에 대한 부적합으로 갈등이 들 때는, 꾹 참고 견디라고 들었다. 회사 안은 전쟁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은 공포감 그 자체였다. 실제 일이 나를 어떻게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본 적은 있어도 입 밖으로 내놓은 적은 없다. 맨 정신에 이 질문을 했다가는 답도 없이 가슴에 품은 사표가 나올 것이 뻔하니까.


40대, 일의 갈등과 부패한 관계로 오는 상처는 너무나 흔해서, 오히려 왜 그런 상처가 생기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여겨졌다. 15-20년 동안 묵묵히 일했지만, 소위 ‘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날’이 오면 우리는 좌절하고 나약해졌다. 언젠가 닥칠 칼바람에 앞에, 그게 설마 ‘나’ 아지는 않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스스로  더 힘들게 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그나마 어떻게 일을 관리하는가를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을 떠보니 일이 우리를 관리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밥벌이’ 하기도 힘든 사람들이 되었다. 우리는 직장인이었지만 직업인은 아니었다. 직장이 사라지면 그리하여 나의 존재도 사라졌다.


이렇게 일은 정복해야 하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대적인 존재로 오랫동안 각인되었다. 또한 일은 사회에서 부딪혀가며 눈치코치 것 배워야 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옳지 않은 방법을 강요받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일이라는 이름하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더 나아가 건강하지 못한 노동 환경을 만들어오며 이를 합리화시켰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그 일을 계속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의 딜레마에 빠진 우리가 손에 쥔 해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일과 더 건강하고 매력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일과 관련된 갈등과 이슈를 위해 실시한 인터뷰, 교육, 코칭 등 질적 조사 끝에, ‘워크 디자인'이라는 일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과 공식을 발견하고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키워드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예시를 소개하는 것이 책의 큰 목표로 잡기로 했다. 더불어 이러한 ‘관계'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책들에서 다루었던 ‘심리학적인 위안' 혹은 새로운 일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미래의 청사진'으로만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오늘의 이야기를 담아내되 가능하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실용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욕심을 내보건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당신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담겨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디 이 책이 일터에서 좌절과 부침을 겪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읽어 주는 도구가 되길, 그리고 책에 소개된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일에서 기쁨과 희망을 찾는 작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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