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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부기 May 06. 2022

아무것도 되지 않기로 결심하다

내가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 저마다 세운 성공이라는 개념은 너무 견고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것을 좇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직업,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배우자, 좋은 인간관계. 물론 대부분이 이런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저마다 추구하는 성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아주 당연하나, 자주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좋은 집을 갖는 것이 성공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좋은 집이란 가격이 비싸고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을 뜻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집이란 가족과 자주 대화하고 웃음이 넘치는 화목한 집을 뜻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겐 혼자만의 온전한 쉼이 있는 집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저마다 추구하는 성공, 이룸은 다채롭다. 많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우리는 내가 가진 기준이 수많은 것 중의 하나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가진 고집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이라고 여겼던 것은 ‘유능함’이었다. 이 유능함이라는 단어 역시도 성공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추상적이어서 내 기준대로 마음껏 유능함을 정할 수 있었다. 내게 유능함은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이 있는 것, 해가 갈수록 경험이 늘어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었다. 내가 선택한 교사라는 직업은 그에 충족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나이가 어린 학생일수록 교사의 역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한 아이의 인생을 온전히 꽃 피울 수도, 밟아버릴 수도 있는 사명감이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그 자리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솔직히 말해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교사로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제 딴의 노력은 했지만, 그것이 잘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지나자 내가 교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자주 부끄러워졌다. 내가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했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라캉의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유명한 글귀가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자주 마음의 가난을 느꼈다. 이렇게 내 성공이라는 가면에 처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유능함에는 인간관계도 포함했다. 멋지고 좋은 사람 주변에는 역시나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 있지 않던가? 끼리끼리는 사이언스라는 말처럼 나는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런데 좋은 관계를 맺는 필수 조건은 ‘배려’다. 나는 자주 서툴고 둔하였기 때문에 이런 배려에는 영 꽝이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어있던 적이 훨씬 많다. 나의 최대 장점은 솔직함 뿐이었기에 이를 좋게 보고 내 곁에 남아준 몇몇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외에도 나에게 ‘성공’으로 여겨지는 것은 참 많다. 좋은 딸이 되는 것,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등 나만이 세운 기준은 어느새 큰 왕국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내가 주인이 아니었고 어느새 왕국이, 그 기준들이 주인이 되고 말았다. 나는 내가 세운 기준에 항상 못 미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괴로웠다.  괴로울 때마다 그 왕국은 나에게 속삭였다. “이럴 거면 사라져 버려.”라고.

    



사는 게 지옥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내가 세운 왕국으로부터 치열하게 인정받고 싶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내가 좋다고 생각한 가면을 쓰고 그런 사람인 ‘척’을 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점점 더 모르게 됐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능한 사람도, 좋은 교사도, 좋은 딸도, 좋은 사람도…. 그 어느 것도 되지 않을 거다. 아니 되지도 못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포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과는 아주 조금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되지 못하는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누군가 포기를 보기 좋게 정신승리로 포장한다고 말해도 상관없다.



이제껏 이 방법으로 살아오면서 소득은 없고 불행만 가득했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이다. 법정스님은 이런 말씀을 남겼다.

“궁극적인 자유는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아! 아무것도 되지 않으리라. 성공하지 않으리라. 나는 드디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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