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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Mar 21. 2018

천문산 산행후기(北京天门山)

천문산 산행!
산! 멀리서 바라보면 말 그대로 그냥 山일뿐이다. 하나 그 속을 헤집으면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다른 개성이 있다. 이를테면 어떤 곳은 터널 같은 계곡에 겨우 새어 나오는 빛을 맞으며 걷다가 마지막에 짜릿한 정상을 맛본다. 그에 반해 처음부터 갈비뼈 같은 등성이를 오른 후 계속 능선을 걷는 경우도 있다. 또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을 걸으며 나지막한 야생화 군락에 발목을 담그고 바람 따라 펼쳐지는 대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그 중 두 번째 경우에 해당되는 능선을 타는 것이다. 큰 버스는 도로를 꽉 채우며 방상구 동항촌(東港村)에 도착했다. 작지 않은 동네인데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다. 시야에 들어 오는 철책 계단을 향하니 누렁이와 검둥이가 뒤안에서 아침성대를 가다듬고. 나무 타는 냄새는 향수를 자극한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니 선 따라 이어진 산과 들은 뿌연 매연 속에 시야만큼의 경치를 보여준다. 오를수록 한눈에 들어오는 동항촌은 바뀌는 계절과 함께 아침 기운이 가득하다.


한 꼭지 쉬어 가기 위해 발길을 멈추니 호칭하는 모든 사람을 돌쇠와 마당쇠로 만드는 “마님”께서 가져 온 과일이 나왔다. 다름 아닌 배중의 최고인 향리(香梨)다. 수분과 당도, 크기와 부드러움이 아주 적당해 한입 베어 물고 먼 경치를 보면 입안의 풍미와 산야가 어우러져 등산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역시 마님다운 배려심 있는 준비물이다.

이제 8부 능선과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자연이 준비한 만찬 같은 볼거리를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대다수가 처음 오는 산이지만 둘레길처럼 잘 정돈되어 몸은 가볍고 호기심은 커져 간다. 발길 오른쪽에는 경사와 낭떠러지가, 왼쪽에는 완만한 겨울 경치가 햇살아래 봄을 준비한다. 앞선 사람은 산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뒤따르는 사람은 멀리 경치 되어 진행되는 그들을 본다. 가끔씩 돈을 받아도 되겠다.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꽃피는 봄에 오면 너무 좋겠다. 등을 말하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걷는 내내 준비되어 있는 경치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눈에 들어 온다. 봉우리에 있는 바위는 사진 배경이 되고자 우뚝하고, 정상에는 바람을 부르는 철탑이 하늘 향해 뾰족하다. 옆에는 거대한 송전탑이 전기를 실어 나르며 소리를 낸다. 9부 능선에는 마른 풀을 따라 정겨운 등산로가 이어진다. 이러한 길을 따라 넓은 장소에 도착해 점심을 먹으며 오전과 오후를 나누었다. 식사 후 1대는 천문산 정문으로 하산하고 2대는 계속해서 진행 했다. 30분만에 내려와 새로 40분넘게 가파른 길을 올랐다. 거의 다 올라 올 때쯤 큰 동굴이 나왔다. 호기심과 약간의 경계심으로 깊숙한 곳까지 들어 갔다 나오니 기다릴 줄 알았던 동료는 가고 없고, 이상한 기분과 함께 낭떠러지만 횅하다.

원위치 하니 산 이름에 걸 맞는 천문이 나왔다. 바위가 뻥 뚫린 곳에서 역광과 순광을 배경으로 여러 명이 이폼,저폼,똥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고 나니 또 하나의 볼거리가 기다렸다. 다름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장성이다. 이곳이 경치의 정점이라고 징검다리 회장님이 이야기 했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천연의 장성 왼쪽에는 어느 누구도 침입하지 못하게 절벽이 있고, 구불 구불한 석장성은 빈 공간을 따라 만리장성과 맞닿을 듯 하다. 그곳을 넘나드는 바람은 봄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고 만물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요동친다. 잠시 우두컨한 나는 계절 바뀌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동화 된다.


바위에 올려진 달마상을 지나 산 능선을 타니 산우들이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행을 즐긴다. 뒤를 보는 사람, 먼 경치에 시선을 꽂은 등산객, 서로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렇게 걷는 하산 길에는 3개의 난코스와 양들이 만들어 놓은 바위 길이 등산 기술을 연마시킨다

산행 막바지에는 방목 염소들이 저녁을 맞아 휴식이 있는 우리로 향하지만, 아직 배부르지 않은 또 다른 무리는 옥수수 대궁을 뜯으며 남은 배를 채우거나 물을 마신다. 이런 산양들을 위해 여유롭게 기다리는 목동을 뒤로 하고 마을로 접어 든다.  담장 안 양계장에는 한 마리 거위에게 존재감을 양보한 무리들이 반복되는 일상의 저녁을 대수롭지 않게 맞는다. 지난가을의 묵은 수수 대가 철없이 꼿꼿한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타고 갈 버스가 기다린다. 봄의 경계에서 얻은 추억과 함께 차에 오르니 몸은 나른해지고 눈에는 잠이 찾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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