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점검 리스트
악착같이 버티고 있거나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일상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괴감에 빠지고 게을러지곤 한다.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의심, 자기 연민, 바닥난 자존감을 마주하곤 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스스로 최악이라고 여기는 하루를 보내왔고, 전보다는 좀 더 나은 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정리되지 않은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정리하고 일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고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았다.
번아웃(burn out), 보어 아웃(bore out), 혹은 우울증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리고 스스로 최악이라고 느끼는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아래의 리스트들을 점검해보길 바란다.
첫째.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는가?
먼저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는가에 대한 질문을 그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질 좋은 수면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잠들 준비를 하는가'라고 정의하고 싶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후 집에 오면 더 이상 움직일 체력도, 무언가를 할 의지도 없다.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핸드폰을 보고 있다 보면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흐르고 결국 잘 시간이 된다. 아니 잘 시간이 됐다는 의미보다는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진다. 그렇게 어질러진 하루를 정돈하지 않은 채 잠에 빠지고 다음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곤하고 약간은 짜증이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 시작은 어려울 것이다. 자기 전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깨끗하게 씻고, 짧은 시간 책을 읽고(혹은 본인이 하고 싶은 무언가), 물 한 모금 마시고, 불을 끄고 좋아하는 이부자리에서 잠자리에 드는 일. 핸드폰은 몸과 멀리 떨어트려 충전시켜둔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고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 일지 몰라도 일상의 패턴이 무너져있다면 이런 사소한 루틴조차 무너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행동이 내 마음의 불안을, 걱정을 조금은 상쇄시켜 줄 것이다.
둘째.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가?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기 시작한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살 때부터였을까... 27살이 된 지금까지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자는 계획은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일찍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었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늦게 일어났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침시간을 더욱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들이 부럽지만 충분한 수면을 하는 지금 나의 상황에 절대적으로 만족한다.
어떤 사람은 4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6시간, 길게는 10시간을 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만족스러운 수면시간이 다르겠지만 최근 'Nature Aging'이라는 논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7시간의 수면이 적절한 수면시간이라고 한다. 본인도 7시간의 수면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연구 결과가 굉장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7시간의 수면시간이 길게 느껴지는가? 너무 많이 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5시간 수면을 취하고 나면 과연 만족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충분한 수면 후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긴 수면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짧은 수면을 취하고 좋지 못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 어떤 게 좋은 선택일까?
셋째. 땀을 흘리는가?
땀을 흘린다는 것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는 뜻이다. 운동이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사는 게 무기력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가 힘든 일이고 일할 힘도 없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
나는 운동을 통해 고통을 견뎌내는 힘을 기른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러닝을 할 때면 매번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어떤 날은 숨 쉬는 게 힘들고, 어떤 날은 발목이, 발가락이, 허벅지가, 무릎이, 어깨가 그리고 마음이 고통스러운 날도 있다. 뛰기 전 그날의 목표 키로수를 정하고 걸음을 내딛는다. 어떤 고통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고통 중 하나가 찾아오더라도 견뎌낸다. 그리고 생각한다. '고통은 잠깐일 뿐이야.',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는 내부적인 요인이야. 그러니까 버틸 수 있어.', '고통은 잠깐이지만 결과는 남지.'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그 찰나의 순간을 견뎌낸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나면 그때부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몰려온다. 성취감, 만족감, 희열감, 통쾌함, 행복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일상 속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러닝을 하면서 버텨낸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일상에서의 고통도 비교적 쉽게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넷째. 집중할 대상이 있는 가?
업무를 위한 공부도 좋고 취미생활도 좋고 집안일도 좋고 다 좋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나를 위해 하는 일, 발전하기 위해,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좋다. 애써 시간을 내고 돈을 쓰고 에너지를 쏟아붓는 무언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검색하고 따라 불러 보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여행지를 검색하고 계획을 세우고 떠나기,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다면 시작해보기. 막상 시작하려 하면 괜히 어려울 것 같고 걱정되고 두려울 것이다.쫄지 말자. 생각으로만 하던 것들을 종이에 하나씩 적어나가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첫 발을 내딛는 게 가장 어렵다. 막상 시작해보면 내가 왜 그렇게 겁냈을까?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하루를, 인생을 조금 더 풍족하게 채워나가 보자.
그리고 위에서 말한 일상 체크리스트들을 주변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는 당신이 되면 좋겠다.
요즘 잠은 잘 자고 있어? 좋아하는 건 뭐야? 좋아하는 운동 있어? 나랑 같이 운동할래? 와 같은 따뜻한 질문.
어두운 동굴에서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될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