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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18. 2022

어쩌면 나는 잘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학벌과 직업에 대하여


"대학교 어디 나왔어?"

"그냥 전문대 나왔어요..."




 나름대로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고, 원하는 게 있으면 목표를 세우고 무엇이든 이뤄냈던 나는 어쩌면 

자아도취에 빠져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들어 하게됐다.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대학, 교환학생, 조기취업, 퇴사 후 원하는 직업으로 전향, 주택청약 당첨, 운동을 즐기고 '잘' 하는 건강한 삶, 좋아하는 취미가 많은 삶. 내 자존감을 높여줬고 나의 자랑거리가 되는 키워드들이다.

전문대를 나온 탓에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고 그 의미는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좀 더 일찍 가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20대 초반에서 중반에는 나와 비슷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또래들이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을 제대로 즐기며 보내는 또래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 비교대상이 없었고 항상 주변 사람들의 선망을 받곤 했다. 


 20대 후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또래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모임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원 등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본인의 전공을 살려(혹은 전향을 한 경우) 직장생활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는 그들이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가 없었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대학을 나오고 본인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는 삶. 특히 공대를 진학하려다 포기한 나에게 공대 출신의 직장인들은 내 안에 깊이 뿌리 박혀있는 열등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들과 대화할 때 "공대에 합격했지만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따라갈 것 같아 포기하고 도전하고 싶었던 항공과로 진학했어요."와 같은 주석을 붙였고 이 말을 할 때마다 왜인지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학벌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 내 직업이 부끄러운 걸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부럽다

 4년제 대학도, 공대생이라는 타이틀도 어쩌면 평범한 직장인이란 타이틀도 부럽다. 다 내가 갖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한 이름들 그리고 앞으로도 갖기 어려운 타이틀들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평범한 타이틀이 왜 부러워?라고 할 수 있겠지만, 2년제 전문대학을 나오고 항공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근무시간이 아닌 비행기 스케줄에 맞춘 근무시간, 그리고 프리랜서로 생활하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름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가지지 못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어쩐지 인생을 좀 덜 열심히 산 것 같고 사회적으로 비주류에 속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모든 순간 치열하게 진심으로 살아왔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웃기다. 나는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 왜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을 낮추고 있는 걸까?




 지금 나의 직업도 마찬가지이다. 내 직업을 사랑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희열감과 투철한 직업정신을 느꼈다. 하지만 불안정한 미래, 직업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고 내 직업을 부끄럽게 여긴 적도 있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의식, 공부 안 하고 놀던 사람들이 돈을 쉽게 번다는 이유로 가지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크다. 물론 필라테스를 배워본 적 있는 사람이거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걸 알 것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항상 평가받고 발전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아무나 할 수 없고, 내가 잘하지 않으면 쉽게 돈을 벌 수 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도 힘들다. 나의 불안함을 말할 때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직업이든 평생 안정적인 직업은 없어." "난 너의 인생이 부럽고 멋져 보여, 동기부여가 돼."와 같은 말들을 해주곤 하지만 이미 금가 있는 나의 자존감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이런 생각이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타인을 무시하고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로부터 벗어나게 해 줬고, 과연 학벌이 좋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할 만한 사람인가?라는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줬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또한 그저 본인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돈을 벌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닐까?

왜 다른 사람의 '최선'은 존경하면서 내가 한 '최선'은 존경하지 않게 된 걸까.

왜 다른 사람의 '노력'은 인정받을 만한 노력이고 내가 한 '노력'은 인정해주지 않게 된 걸까.


그래, 너도 잘났고 나도 잘났다!


여전히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나도 잘하고 있다.

내 꿈이, 목표가 다른 사람들과 결이 다르다고 해서 하찮은 게 아니라 나에게는 멋진 목표고 또 누군가는

나의 꿈과 목표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내 삶을 살자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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