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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Mar 24. 2023

오늘도 울참실패

새학년에 올라갈때마다 학기초 학교에 가게된다.

특수교육대상자 아이의 <개별화 교육 계획 IEP>수립을

위한 회의.


5살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매년하고 있지만 ,

 매년 끝나고 나오는 나의 상태는 . 좋지 않다.

초반에는 뭐가 뭔지 몰라서 i대충 선생님 말듣고,

울다 웃다 하고 나왔고

점점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 1년동안 우리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얻고 싶은지 정리하기 시작했고

7살이 되면서는 일목요연하게 서포트북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몇몇 선생님들은 이런건 처음받아본다, 이때까지 치료기록들을 보며 어머니가 대단하시다..

처음에는 그 칭찬이 너무나 듣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내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도 들었다.

나 이렇게 잘해왔다. ....마치 훈장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당신들은 알아주는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을 거쳐 2학년이 되었다.  

작년 입학때를 되돌아 보면,

희망차고 즐거운 기억보다는 ,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라, 인간이 할수있는

최악의 상상을 수백번 시뮬레이션을 하며,

두려움에 부르르 떨었던 겁에 질린 내 모습만 떠오른다.

적응을 떠나서 , 혹여 교실에서 뛰쳐나가

아이가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은,

늘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좋으신 담임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 덕분으로

학교생활에 연착륙하였고, 치

료를 몇년 받은것보다 일년 학교 생활이

건우의 사회성이 크게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 한명 사귀게 되나 그런 꿈도 꾸었지만,

역시나 친구는 한명도 사귀지 못했다.

현장학습(옛날로 치면 가을소풍)갈때

버스 안에 한번 옆에 앉은 친구를

'친한친구는 누구야?'라고 물으면

그 친구이름을 대곤 했다.


얼마나 좋았으면....


순간순간 가슴시린 시간들이 많았지만.

아이가 자라듯 나도 자라고 있어서

꽤 의연해졌다 생각했다.


업무에 쫒기고 싶지 않아서 오늘은 반차도 내었다.

담임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과 나 . 세명.

2학년이 되어 형님이 되었다

반사물함 위치도 한칸올라갔다.

자기만의 사물함을 좋아하며

수백번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풋 웃음이 났다. 한쪽에 덩그러니 있는

트램폴린에 수백번 뛰는모습도 그려졌다.

잔뜩 긴장해서 통합반에 있다가

 도움반에 와서 열심히 뛰며 뒤엉킨 감각들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모습이리라...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남들보다 수만배 노력하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이가 매일 앉아있을  자그마한 책상에 앉았다.

도움반 선생님은 아이가도움반에서 우등생이라며

칭찬일색이셨다.


2학년 담임선생님도 여러 특수교육대상자를

맡아보신 베테랑 경험자셨다.

내 머릿속 걱정세포가 펑 펑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건우가....너무 열심히 하고 싶어 해요....."


오늘은 절대 울지 않으리라.....

웃참 챌린지 아니고 울참 챌리지의 각오로!

그러나

오늘도 역시나 울참 실패다. 젠장할...


"엄마. 나도 잘하고 싶어요....."

사실 요즘 몇번씩 말하는 말이다.


아이는 잘하고 싶어한다. 학교에 적응하면서 아이는

 서서히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 (표현이 부족하니 짐작만)

그래서 점점 어려워지는 교과과목에 풀지 못하는

것들이 나오면 교과서를 찢거나, 울어버린다.


치료실에서도 어려운 과제가 나오면 회피반응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 이후엔 서럽게 운다고 한다.


좀더 나이가 든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선배맘은

"나는 왜 다른 친구랑 달라요?"

라고 물어볼때마다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그런 때가 나에게도 오고있는것이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도 자신의 장애를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왜 이 장애를 '자폐'라고 하는지..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의학적인 정의들을 다 떠나서.


'아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갇혀서 못빠져나오고 있는 상태' 같다.


그걸 자기도 이제 자각하고 느끼며...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모습들.


내 직업적 단점인데..나는 이 모습들이

마치 하나의 영상처럼 계속 그려진다.

사방이 막힌 벽속에 우리아이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 아무리 빠져나가고 싶어도

단단한 '장애'벽에 점점 ,,,엄마인 나도

절대 들어갈수 없는 검은 어둠.


아무도 자폐스펙트럼을 경험하거나 체험할 수 없기에

하나도  이해할수 없지만...


9년을 지켜보며. 어렴풋이 느껴진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 갇혀있을수 만은 없기에!

우리는 애써 빛을 찾고 있다.

 

우주도 캄캄하잖아.

자폐스펙트럼 우주 속에 한줄기 빛을.


남들보다 수천배 더 애를 써야하지만,

우리는 기어이 빛을 찾고 또 찾는다.

마음의 빚

마음의 빛.



나는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쓴 얼마안되서 또 일이 일어나는구나.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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