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먹고사니즘에 목매야 하는 생계형 창업자의 사업 지침

마흔넷에 퇴사한 장미 씨의 회사 창업기(2) 창업하는 마음가짐

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어서? 아님, 세상을 바꾸는 멋진 비전이 있어서?

아니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보다는 내가 헤드가 되어 일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보통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건 패기만만한 20~30대 창업자들의 모습이고, 마흔 넘은 현실에서의 창업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면 되잖아? 나는 젊으니까.


이런 패기가 생기기 쉽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50대가 되고, 그때면 진짜 나를 써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결국 다시 사업을 벌이고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점점 있는 돈만 계속 까먹고 빚만 지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저하게 되는 겁니다. 창업을 하고도 겉으로는 큰소리치지만, 마음속은 더 갈등하고 주저하고 힘든 것이 이런 불안한 상황 때문입니다. 



사업을 하려면, 기술을 가져라!


제가 그래도 조금 더 쉽게 '1인 기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생각보다 여기저기 여러 곳에 필요한 능력이거든요.  '텍스트'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해봤다는 나름 나만의 독특한 캐리어도 도전에 도움을 주었지요. 잡지, 단행본, 브로셔, 전시기획, 블로그, SNS 콘텐츠, 광고 카피 등등...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뭔가 일을 벌일 때 돈이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수사항이죠. 

그런데 태생부터 금수저여서 부모님의 혜택을 받지 않았다면, 대부분 가진 돈이 풍요롭지는 않습니다. 한창 자라는 아이 교육비, 생활비가 늘 빠듯하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 돈이 없는데, 창업을 해야 한다면? 


그때는 바로 돈이 될만한 자신만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돈이 될만한'입니다. 혼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크몽이나 클래스 101, 마일로, 프립 같은 서비스에 등록해서 바로 팔 수 있는 그런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돈이 되는 기술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보통 3040이 되면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이 취미를 좋아서 계속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취미'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계산적이라고요? 100세까지 살아가야 하는데, 일반 회사원 생활로 평생을 먹고 살기는 쉽지 않잖아요. 이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어차피 취미로 들이는 돈을 가장 건설적으로 쓰는 법 아닐까요?


그렇게 기술을 갖게 된다면, 자신의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누구나 '전문가'를 꿈꾸는 이유는 그런 경력과 기술을 가져야 그나마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행히 바로 '매(賣) 글'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 조금 더 빠르게 독립을 하게 되었던 거구요. 


연구원의 종착지가 '치킨집주인'으로 끝나야 하는 시대에서, 생계형 창업의 제 1조건은 '돈이 될만한 기술'을 갖는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캘리그래피가 취미라면 캘리로 상품을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독립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좋다면, 음원을 팔아 생활비는 나올 정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웹툰을 그린다면 적어도 그 웹툰으로 월세는 나올 정도의 수익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등산이 좋다면, 등산 모임을 만들어서 회비를 받고 가이드를 할 수 있고, 춤이 좋다면 강사가 되어 수업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배우는 겁니다. 이게 내가 갖고 있는 돈을 까먹지 않고 조금이라도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뭐든 다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퇴사를 마음먹고 은행 잔고를 보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창업’이고 뭐고, 어떻게든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유명한 강사, 요즘은 유튜버 인플루언서로도 날리는 김미경 씨가 그랬다죠.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전문가가 된 것이 아니라. 먹고 살려고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어있더라.”

이 말은 친정엄마가 저를 볼 때마다 하는 말씀이기도 했어요.

“너도 그 김미경 씨처럼 말 잘하니. 딱 그만큼만 유명한 강사가 되면 좋겠다.”

어머니, 그분과 저는 가는 길이 아아아주 많이 다릅니다만...^^;;

친정엄마의 바람은 들어드릴 수 없었지만, 이 말만은 동감했죠. ‘생계형’ 인간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여기서 '뭐든 다 할 수 있어'의 자기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창업을 마음먹은 당신, 어디까지 기준을 세웠나요?


 ‘안되면, 하루 5만 원짜리 원고 알바라도 하지. 안되면 밤에 하루 5시간 편의점에서 일을 하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일이 두렵거나, 체면을 내세우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아주 오래전에 배웠었습니다. 좋은 롤모델이 있었거든요. 거의 20년 전의 일입니다. 


잡지 마감을 할 때는 마지막 1주일간 교정 본 원고 대지를 수정하기 위해 '원고 수정'만 해주는 디자이너가 함께 일을 합니다. 보통 수정 디자이너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오게 되는데요.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던 친구가 잠시 일이 생겨 한두 달 정도 대타가 필요했었습니다. 그때 '로사'라는 이름의 예쁜 친구가 와서 같이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싹싹한 목소리와 태도로 금세 친해지게 되었죠. 


친해져서 몇 마디 나눠보니, 이 친구가 사실은 2년 전에 독립해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도 1~2명 두고 있고요. 

"그런데, 왜 이런 알바를 하는 거야?"

"보통 직원들이 일 해 놓은 것을 제가 업그레이드시키고 고치는 시간이 저녁이니, 낮에 놀면 뭐해요.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직원 월급 줘야죠. ㅎㅎ 아마 우리 직원들은 내가 여기서 알바하면서 돈 벌어서 월급 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거예요."

알바 끝나면 바로 사무실에 들어가서 나머지 업무 정리를 해야 한다며,  생긋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그 친구가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아직까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들쭉날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회사를 꾸려가기 위해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거였죠. 사실, 잡지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정 알바는 정말 잡지에서 가장 대우 못받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정말 멋진 디자인 회사의 대표가 되어 만난 그 친구는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렸지만, 제 첫 롤모델이었어요.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며, 어떻게든 직원을 책임지겠다는 책임감이 존경스러웠던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의 일화를 알고 있기에, 저도 독립을 하면서 좀 더 편하게 마인드셋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맨주먹 불끈! 



퇴직금은 손대지 말아라!


보통 창업을 할 때 가장 많이 손대는 것이 '퇴직금'입니다. 하지만, 생계형 창업자에게 '퇴직금'은 최후의 보루입니다.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면 고작해야 몇 백에서 몇 천만 원의 퇴직금을 밑천 삼기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특히, 이 돈은 생활비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퇴사였다면,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등록금으로 퇴직금을 쓸 수 있겠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차리겠다면, 그전에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따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제빵사 자격증을 따서 스스로 마카롱이라도 구울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실업급여를 받는다면, 구직활동을 위해 새로운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때 필요한 기술을 배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기술을 배우는 1년~3년은 어떻게든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퇴직금이 줄어들지 않게 돈을 벌어야 합니다. 아침에 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저녁 두세 시간 알바 자리를 찾아서 알바를 하는 거죠. 하루 3만 원이라고 해도, 30일이면 90만 원의 수입이 생깁니다. 내가 500만 원짜리 월급쟁이였던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독립하고 사업을 시작하면 내 수익은 0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퇴직금이 1천만 원이고, 한 달 최소 생활비가 200만 원이 든다고 할 때, 이렇게 90만 원을 벌면 5개월 버틸 것을 6개월, 7개월 버틸 수 있습니다.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최소의 비품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퇴직금을 쓸 수 있겠습니다. 이때도 당장 돈이 안 벌린다면, 다른 일을 함께 하며 최대한 퇴직금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네요. 창업 자본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겠습니다.^^




[ 여러분의 좋은 댓글과 구독은 작가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마흔넷, 결국 퇴사를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