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접에서 제일 만나기 싫은 질문이 있다.
“어떤 실패를 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어느 정도의 실패를 말해야 나의 실패가 아닌 그 속의 ‘내 모습'을 말하는 걸까. 나는 늘 실패의 크기를 따지며 면접관의 눈치를 봤었다.
너무 큰 실패일까, 혹은 너무 사소한 실패일까, 이것도 실패일까.
일련의 시도 끝에 겨우 하나 정도의 결과를 건진 것 같은데, 결과로 얻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실패인 걸까?
2. 통역사에서 국제협력 제너럴리스트로 커리어를 바꾸고, 사이드 n잡러의 정체성을 더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성장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해 온 것이 아니어서 나의 경험을 어떻게 성장으로 증명해내야 할지 몰라 나 또한 답답했다.
제너럴리스트는 성장을 어떻게 체크할 수 있을까?
정량화할 수 있는 숫자가 없다면 나의 성장 곡선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3. 면접관이 던진 질문을 다시 살펴보았다.
실패라는 단어는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결과를 나타내지만, 만약 실패가 아니라 실수라면? 실수는 失手, 즉 잃을 실 손 수자로 ‘도움이나 방법을 잃다’는 뜻이다. 실수야 말로 승패의 결과가 아닌 극복과 배움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즉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4. 내가 몸을 담았던 기관들에서 한 역할을 기억해 본다.
유난히 적응이 어려웠던 곳, 단번에 인정받았던 곳, 나름 고군분투했던 곳, 고생만 한 곳. 아직도 기억나는 실수가 있는 곳. 숙련되고 능숙하게 업무를 진행했던 곳.
이런 기억 속에서 어느 시점의 나는 물 흐르듯 일을 처리하며 인정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때에 나는 오히려 익숙한 일을 빨리 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성장 곡선은 평평한 안정기의 모양을 보인다. 실제로 일이 너무 쉬워서(?) 더 많은 일을 배우고 하고 싶어서 이직을 하기도 했으니까. 반대로 성장 곡선이 가파른 지점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한 개념이 깨지고 실수를 연발하던 때였다.
나의 실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있었다.
한 번은 출장에 따라가고 싶어 상사에게 물어봤더니, 소장에게 지원을 해 줄 수 있냐고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상사가 말한 그대로, “저 출장에 따라가고 싶은데 혹시 지원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소장에게 말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소장은 “우리가 너를 왜 지원해줘야 하냐"라고 할 뿐이었다.
추후 나의 상사는 나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직접 소장과 대화하여 나를 출장지에 데려가 주었다. 그 출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왜 가고 싶고 가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현실적인 문제만 가져간 점이 나의 실수였었다. 아마추어 같은 실수였다.
5.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배우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팀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적용한 습관, 나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쌓여 나는 실수를 성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조차 나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는 시절, 스펀지처럼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흡수해내며 나도 모르게 레벨업 되고 있었다.
한 번쯤 할 수도 있는 단순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질문하고 상상하는 자세'이지 싶다. 질문하는 사람만 액션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Yes 에는 No라고, No에는 Yes라고 상상해보고, 늘 Why라는 관점을 가진다면, 거기서 변화가 시작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모습을 언젠가 다시 보게 될 면접에서 증명해 보이고 싶다.
6. Grit(그릿)이란 책에 따르면 성취하고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열정과 끈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실패해도 열정을 잃지 않고, 실수해도 끈기 있게 다시 해 보는 자세. Grit.
그릿은 한 곳에서 익숙한 경험만 누적한 사람에 비해 아무래도 여러 경험을 통해 새로움에 부딪혀 본 사람에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국제협력이라는 분야 안에서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갈 운명이라면 단조로운 커리어에 여러 변화를 주며 성장해내고 싶다.
딸의 인생이 순탄하고 조금은 덜 힘들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바라본다.
내가 조금 돌아가고 실수하며 실패하더라도, 옆에서 계속 응원해주시길..!
아빠를 제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딸의 마음을 알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