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1. “우리 딸이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내심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신 부모님에게 난 전문직에서 오히려 제너럴리스트의 커리어로 전환한 불효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나는 스페셜리스트의 길 위에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더 커졌다는 친구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잘하고 있는 걸까?
취업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왜 아직도 답을 못 내리고 질문의 농도만 더 짙게 느껴지는 걸까.
마치 나만 하고 있을 것 같은 고민이지만 알고 보면 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 N잡러 할 거 없이 누구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한 직장에서 정년 퇴임까지 성실히 일하신 부모님 세대의 눈에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도전과 모험을 불안정한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불안정한 삶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물가에 내놓은 자식들 마냥 걱정을 끼치는 인생으로 비친다.
2.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지 않나요.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동시에 전문직에 대한 정의가 더 넓어지기도 했다. ESG나 탄소중립 같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원래 전문가가 있던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더 쉬워지는 세상이 되었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connecting the dots을 하며 나의 footprint를 넓히는 것이 예전의 ‘전문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이미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의 제너럴리스트의 경력에 launching pad가 되어 준 UN 국제기구는 입사 전 ‘이제 이 길만 가면 되겠다'는 마음을 또 뒤흔들었다. 취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직을 3번이나 해도 역시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력직 인턴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열심히 업무를 따라가야 했고 당연하지만 실수도 했다. 성장하려고 도전했는데, 성장을 하기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져 자책하고 낙담했다.
그러다가 문득 connecting the dots을 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dot이 아직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고 싶은 스토리가 선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점을 찍어야 할지 찾아야 했다. 국제기구에 들어왔지만 마침표를 찍으러 온 것이 아니으므로.
3. 쓸모 있는 제너럴리스트로 살아남고 또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단히 감각을 키우고 시선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노력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단면적으로 생각하고 섣불리 판단해 버리고 물어보지 않은 채 결론 내 버리는 것이 ‘수월하고 편하기' 때문.
그래서 나는 국제기구에서 지역 오피스로 이직을 하면서 연차가 3년 더 쌓이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 다양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점으로 남기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했다. 같은 나이대의 타인에 비해 멀리 돌아가는 길에서 부모님을 조급하게 해 드리긴 했지만, 나의 경험이 시간 낭비라고 성급히 매듭짓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선을 배우고 기록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도 국제 협력, 국제기구 등 이 '국제'라는 키워드와 '협력'이라는 분야를 벗어나지 않을 제너럴리스트겠지만, 회사 안에서와 회사 밖에서 키워낸 경험들은 다양한 식생을 품은 멋진 정원을 이뤄 낼 것을 믿고 싶다. 점과 점이 연결되어 나만의 선이 만들어지면, 나와 함께 있어 주었던 사람들의 선과 연결하여 넓은 면적의 정원을 키워낼 미래를 꿈꾼다. 그 안에서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가 자라나 여러 색깔의 이파리와 열매를 맺지 않을까.
나는 지금 국제기구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탔고,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 콘텐츠에 더하여 인터뷰는 글로도 각색하여 여러 플랫폼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남긴다.
4. 회사 안에서의 업무 영역은 실로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처럼 업무 단위를 쪼개어 맡은 역할만 하면 되는 곳도 사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요구되어 스스로 역량을 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통은 인력이 많지 않은 국제협력팀,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국제기구에서는 일당 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 할 일이 많다는 점에 불평할 것이 아니라 그때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해내면 그만큼 나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주도적으로 할 수도 있고 혹은 팀으로 함께 일을 해 나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관여하는 업무의 단위 개수가 많아지면 조직에서도 필요한 존재로 각인이 되고, 그렇게 나의 점 하나가 선명해진다.
지금 나의 사이드 N잡 (유튜버, 콘텐츠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리서처, 에디터 등..) 경험은 어쩌면 다시 국제 협력으로 회사 생활을 할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아빠한테 안심시켜주고 싶다.
아빠 딸은, 경험이라는 재물을 쌓고 있다고. 같은 곳만 바라보고 사는 세상에서 나중에는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부자가 될 거니, 안심하셔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