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은 필요할까?

제너럴리스트의 성장기

by 와사비맛 찹쌀떡


1. 국제기구에 첫 발을 들이는 시기와 방법은 아마 31개의 아이스크림 종류보다도 다양하지 않을까.


번듯하게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경력 3년 8개월 차에 국제기구 인턴이 된 나는 석사 졸업생, 석사 재학생, 학사 졸업생까지 다양한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인턴 생활을 했다. UN은 석사 이상의 인턴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라 학사 학위 하나로 합격한 친구는 특이한 경우였는데, 이 친구는 심지어 버스 안에서 이동 중에 면접을 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너의 에너지가 좋아'라는 말을 들으며 합격을 했다고 하니, 세상에 참 정답이 어디 있나 싶다.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 무급 인턴이 된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인턴이 된 친구들보다 면접에서 할 말이 많았다. ‘왜 있던 곳을 나와서 무급으로 인턴을 하려고 해요?’라는 질문이 들어올까 봐 두렵지 않았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궁금할 것 같지만, 적어도 국제기구에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무턱대고 믿어버렸다. 그래서 경력이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2. 면접은 채용 후보자에게 누구와 함께 일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리고 해당 조직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며 시작되었다. 당장 ‘자기소개부터 해 보라'고 하는 한국의 딱딱한 면접 분위기와 달리, 국제기구 면접관들은 우선 나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긴장이 풀리자, 어쩌면 너무 큰 계획일 수도 있는 ‘한국의 장관님과 만날 수 있는 면담 자리를 기획해보고 싶다'며 시원시원하게 인턴십의 목표를 밝힌 나. 면접을 보던 상사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네가 미리 해버려서 우리가 준비한 질문 순서가 다 엉켜버렸어!”라고 웃었고, 나를 꼭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계획에 없던 2차 면접 일정을 제시했다.


3. 결과적으로 나는 33살 늦깎이 인턴으로 합격하여 첫 국제기구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국제기구에서 제일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은 바로 펀딩이다. 국가 정부가 회원으로 있는 기구일수록, 국가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회원국이 위임한 일 - 사업을 관리하는 일, 연구를 수행하는 일, 정책을 제안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착수하는 일 - 을 목적에 맞게 잘 수행해야 한다. 그 면면을 뜯어보면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기구,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기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지원한 국제기구는 사무국(Secretariat)으로 제너럴리스트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일했던 국제협력 팀, 그곳에서 보고 배우고자 했던 롤모델의 모습을 기억하며 제너럴리스트가 전문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국제기구에 발을 들였다. 나를 채용한 직속 상사도 “UN은 제너럴리스트가 오는 곳이야"라고 말해 주어, 스페셜리스트 못지않게 뛰어난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4.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성장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실수를 많이 했던 시기. 그러나 든든한 인맥을 만들 수 있었던 시기. 돌아보니 그렇게 인턴십을 할 때 내 성장곡선이 가장 높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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