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사비맛 찹쌀떡 Jan 08. 2024

Be kind to yourself


띠동갑 차이가 나는 동료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본인 나이 즈음이었던 그 시절 자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물어봤다. 아마 본인에게도 도움 될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나는 Be kind to yourself라고 했다. 


스스로에게 시간을 조금 더 줘. 

빨리 무언가 이루지 못해도 스스로에게 친절하며 조금 더 기회를 줘.


첫 커리어를 시작한 그 친구는 얼마나 흔들려야 할지 몰라서, 흔들려도 되는지 불안해서 걱정했다. 그런데 20대에게 말하긴 너무 가혹한 현실이려나 … 30대를 살아가는 순간에도 여전히 자꾸 흔들린다! 그러니까 더더욱 스스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흔들리는 나를 토닥여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쉼 없이 위로를 해야 하는 삶이다. 


삶이 공평한 이유는 아마도 흔들리는 데에도 20대 30대 차별이 없고, 동시에 새해라는 기회가 주어지는 데에도 차별이 없기 때문이지 싶다.


한참 어린 동료에게 말했듯이 요즘 나는 다시 나에게 친절하려고 한다.


나에 대해서 더 알고자 애쓰며, 보는 것과 듣는 것으로부터 오는 지나친 자극을 줄이고, 최대한 좋은 것을 내 몸에 넣고 있다. 새해의 1주일이 지나는 동안 요가를 다시 시작했고, 건강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으며, 책을 2권 끝냈고, 그림을 다시 그렸다.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거창한 목표가 있지도 않았다. 가장 기본적일 수도 있는, 나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에 조금 더 정성을 들인 것 뿐이다.


1년만에 다시 화구를 꺼낸 날



2023년에 스스로에 친절하지 못했던 나였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 - 내가 무엇에 행복함을 느끼고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 에 물음표만 남은 채, 결국 나를 잃어버렸다. 


나는 정말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치유받을 수 있었던가?

나는 정말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있었던가?

나는 정말 변화와 도전을 좋아하고 있었던가?

나는 정말… 나를 잘 알고 있었던가? 


내가 나를 모를 때 나는 스스로에게 친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새해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많은 부분을 저절로 회복해 주었다. 새로운 시작이니까 그러니까 이전 것은 염두에 두지 말라는 식의 위로와 함께.


목표를 정해두지 않은 채 가볍게 좋아하는 일들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을 미리 따져보고 비어있는 시간이 생기면 좋아하는 일들로 채운다. 한 시간 정도가 비면 글을 쓰기에 적당하다. 두 시간이라면 조금 손이 가더라도 화구를 꺼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들을 소중히 아끼자는 마음이다. 유튜브 1시간을 보는 것 보다 좋아하는 일을 다시 하려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가...


나로서는 분명 아침의 독서로 에너지를 얻는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몰입하는 그 시간.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여러 실험을 해 본 결과 알아낸 나의 행복 모먼트이다. 


그러나 책이 도피처가 되었던 작년, 나에게 책은 상상하고 몰입하며 읽는 대상이 아니라 꾸역꾸역 넘치도록 읽으면서 현실을 외면하게 해 주는 수단이 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으로 남겨두자. 2024년에는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말자…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졌으면 좋겠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사는 곳을 폐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잘 흘러가도록 배수 시스템을 정비하고, 더 파란 하늘을 기대할 수 있길 바란다.


2023년은 내게 너무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여러 힘든 상황으로 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2024년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나라는 사람의 기본을 다지는 일을 하자.


새로운 시작이 공평하게 주어지니 다행이다.

2023년의 감정들이 고여있지 않고 잘 흘러가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