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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Mar 04. 2024

그럼 전 이만 출근하러

최근 르세라핌의 허윤진이 쓴 글에 필력이 좋다며 반응이 폭발적이다. 나는 그의 글에서 무엇보다도 ‘무대가 너무 즐겁다’는 말, '내가 나 일수 있다'는 말이 굉장히 오래 여운이 남았다. 


연습생을 했다가 중단했다가, 그러다 또 시작했다가 한 오디션 프로에도 참가. 하지만 탈락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대학교를 다닐 뻔했다는 허윤진 씨. 이 정도면 다시는 데뷔하지 못할 거라고 단념할 수도 있을 시간인데, 결국 허윤진 씨는 르세라핌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그는 무대에서 그 즐거움을 발산하고 있다.



허윤진 씨처럼 일 하는 것이 즐거우려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나 잘하는 것을 해야 하나. 아, 허윤진 씨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잘하니까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는 건가.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뭔지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본인이 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이 궁금했다. 사실은 부러운 게 더 크지만.. 나는 지금 무엇이 즐거운가? 내 일이 가장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즐겁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그 고통의 시간까지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는 불안한데, 도전하고 경험해 볼 기회비용마저 아껴야 하는 생존 현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살았다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 같다는 기대로 물어본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하는 일을 좋아서 시작하신 건가요, 아니면 잘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하신 건가요? 그렇게 해 보니까 어때요? 힘들 때 버티는 건 가능한가요? 지금 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결국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은 단순하게 나의 선택을 남들의 경험에 미루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오래 일하고 싶어요. 저는 잘한다고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껴요. 저는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때 힘든 것도 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려운 순간에 어떻게 버티는지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으며 나의 ‘경우’에 대입하고, 책임감 있게 사회생활을 하고 싶지만 조금 막막한 마음에 다급히 물어보는 것이었을 뿐..


하지만 ‘업’의 미래를 생각해 보자면 좋고 잘 하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성형 AI, 공간컴퓨팅, 갑자기 세상이 바뀌기라도 할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 문제는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만드는 데에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업’을 ‘만든다’는 관점이다. 내가 생산자가 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직장 내 개인이라도 employee가 아니라 creator라 봐도 좋다. 생산자이기 때문에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 한때는 직장이 곧 내 명함이었지만, 어느 조직도 당장 몇 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내 명함은 내 업이 되어야 한다. 


만약 지금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인데 재미가 없다면 그 일에 주도권 없이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지금 하는 일이 잘하는 일인데 즐겁지 않다면 성장하고 인정받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허윤진 씨의 경우로 다시 돌아가자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심지어 즐겁게 할 수 있는 건 간절히 원했던 일을 마침내 할 기회를 거머쥐었고, 같은 곳을 향해 함께 버티는 멤버들이 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짜릿한 감각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부럽다. 핑 눈물이 난다.)


지금 당장 나만의 업을 만들 수 없지만, 내가 소속된 직장이 "잘하고 싶은 일을 경험하고 성장하게 해 주는 곳"이 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서로 비슷해져 버린 사람들만 남거나 미래보다 과거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직장이라면,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도 즐겁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곳은 그저 돈 버는 곳일 뿐, 일하고 성장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왠지 그게 전부라면 조금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걷다 보니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노력해 보는 곳이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잃지 않으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 속이지 않게, 그래서 즐거움도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직장이면 좋겠다. 허윤진 씨처럼, 다시 준비하러 간다는 맺음말을 그토록 경쾌하고 설레게 쓸 수 있는 마음으로, 일하는 날을 감사하고 동료들과 즐거워하길.. 내 ‘업’으로 이어질 지금의 경험에서 많이 성장하고 많이 즐거웠으면 한다.


르세라핌 허윤진 씨의 글 전문



그럼 전 이만 출근하러.



사진: UnsplashLee S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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