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마이클 코넬리의 옛 소설 <시인>을 읽었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많이들 소설 첫 단락의 몇 문장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를 인용하던데 왜 그러는지 정확히 알겠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럴 수밖에 없다. <시인의 계곡>도 바로 주문함. 정작 주인공 션 매커보이는 안나온다던데…
서재 한구석에는 마이 셰발&페르 발뢰, 마이클 코넬리, 레이먼드 챈들러, 제임스 앨로이, 토마스 해리스, 존 그리샴 같은 서구권 작가들과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다카노 가즈아키, 요코야마 히데오 등 일본 작가들의 추리, 범죄, 경찰 소설이 쌓여 있다. 슬쩍 봐도 대부분 일독, 3분의 1 이상은 재독 삼독까지 이어간 작품들이다. 서문만 보고 덮거나 중간까지 보다 말거나 아예 거들떠도 안 본 책이 무수한 이 못난 수집가의 구매 목록 가운데선 이례적 사례다. 예전엔 내가 사회과학 공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장르소설 덕후였던 것일까. 하기사, 무협 및 판타지 웹소설도 잠 설쳐가며 읽는다.
그런데 쓸 시도는 딱히 안 해봤다. 그럴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