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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06. 2020

카뮈의 페스트, 트럼프의 코로나


페스트가 눈에 안 띄는 몇몇 시간 가운데 한 순간이었다. 이 침묵, 이 색채와 움직임의 죽음은 재화에 의한 침묵과 죽임인 동시에 여름의 침묵과 죽음일 수도 있었다. 주위의 공기가 답답했는데, 위협 때문인지 먼지나 푹푹 찌는 더위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페스트를 찾아내려면 관찰하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페스트의 징후는 음성적인 것으로, 밖으로는 표현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페스트』중에서

『페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리디북스 셀렉트를 통해 열린책들 판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밀리의 의 서재에서 문예출판사 판으로 읽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그와 비슷한 질병의 확산을 다룬 카뮈의 『페스트』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페스트』가 '오랑'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재앙이라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대재앙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 외에 전염병이 인류에게 주는 위력과 공포,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인간의 극과 극의 모습은 동일합니다.

코로나의 침묵 속에 국가들이 봉쇄를 풀고 활동을 재개하였습니다. 현실의 모습이 마치 소설 속의 묘사와 흡사해 보입니다. 답답함과 위협, 더위에 이성을 잃었는지, 국가들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색채와 움직임을 다 파악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페스트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법)을 찾아내려면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이 전염병의 징후 또한 음성적으로,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온전히 알 때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일 겁니다. 그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트럼프는 기다리지 못해 합니다. 이를 두고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오늘자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떻게 이런 현실 부정을 끝낼 수 있을까. 전염병 예측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끼어든다. 트럼프와 그의 친구들은 운이 좋을 수 있다. 신속히 경제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코로나 19 감염에 따른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봉쇄 해제 움직임이 현실 부정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시기에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같은 리더를 만난 게 불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트럼프를 포함하여, 보좌진 중에는 『페스트』를 읽어본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겠죠. 왠지 미국 시민들의 운을 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의 색채와 움직임이 강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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