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민철 모 집
마당에 민철 모, 민철, 인아가 서 있다.
민철과 인아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민철 옆에는 크고 작은 캐리어 두 개가 놓여 있다.
민철 엄니, 저희 갈게요.
민철 모 그랴, 잘들 올라가.
인아 (울면서 민철 모를 안는다) 어머니 몸 건강히 잘 계세요. 또 내려올게요.
민철 모 (인아 등을 다독이며) 알았응께, 내 걱정은 말고 조심해서 올라가.
대문을 나서는 두 사람.
민철 모도 뒤따라 간다.
#182 집 앞
택시가 대기해 있다.
민철 엄니 들어가요.
민철 모 그랴. 잘 가라. 그리고 아가.
인아 네. 어머니.
민철 모 이거 별거 아녀(허리춤에서 봉투를 꺼내 인아에게 건넨다)
인아 (거절하며) 어머니 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
민철 모 아따, 어른이 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겨. 네가 고마워서 주는 거니께, 사양 말고 받으라.(인아 손에 봉투를 쥐어준다)
인아 (봉투를 받아 들고) 고맙습니다.
민철 아따, 엄니 또 뭘 그런 걸 주고 그랴 쇼.
민철 모 내가 고마워서 준다고 안 하나. 글고 니 안아한테 잘 하래이. 안 그럼 니 내한테 혼난 줄 알래이.
민철 말 안 해도 잘 하요.
민철 모 그럼 잘 들 가라.
민철 안녕히 계쇼 엄니.
인아 건강하세요.
민철 모 그랴, 싸게 싸게 가랑게.
민철과 인아가 탄 택시가 떠나고, 민철 모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
#183 택시 안
인아는 민철 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돌아본다.
돌아앉아 눈물을 훔치는 인아.
인아를 달래주는 민철.
#184 KTX
인아는 창가에, 민철은 통로 쪽에 앉아 있다.
인아는 창 밖을 보고 있다.
인아를 보고 있는 민철.
민철 무슨 생각 해?
인아 네? 아! 그냥 어머니한테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민철 뭐가 고맙고 죄송한데?
인아 내려올 때는 어머니가 맘에 들어하시지 않으면 어떡하나.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뵙고 보니까 제게 너무 잘해 주셔서.
민철 그런 걸 기우라고 하지?
인아 (웃는다)
민철 그런데, 어젯밤에는 어머니랑 자면서 무슨 얘기했어?
인아 왜요? 왜 그게 궁금한데요? 제가 오빠 흉이라도 봤을까 봐요?
민철 아니, 그냥 궁금해서. 두 사람이 밤새 무슨 얘기를 했을까 궁금하니까.
인아 그냥 오빠 어렸을 때 어땠었냐고 물어봤었죠.
민철 어머니가 뭐라 하셨는데?
인아 오빠가 대단한 말썽꾸러기였다고. 어머니 속 무척이나 썩였다고.
민철 하긴, 어릴 적에 어머니 속 많이 썩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 (웃으며) 그것 말고는 또 무슨 이야기 했는데?
인아 음~~~~~~ 그건 비밀.
민철 에이, 그러지 말고 말해보지.
인아 나중에요. 나중에 말해 줄게요.
민철 ~~~~~그런데, 그제는 정말 짐 싸서 올라가려고 했어?
인아 네. 제가 크게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라.
민철 정말? 조심해야겠는데? 나한테 그 정도로 화가 난 거야?
인아 (머리를 끄덕인다)
민철 뭐가 그렇게 인아를 화나게 했는데?
인아 언니가 과거 이야기하는데, 오빠는 뚜렷한 자기 의사 표현 전혀 안 하고 듣고만 있었잖아요. 오히려 언니 말에 안절부절못하는 오빠를 보고, "이 오빠 뭐지? 아직도 이 언니 좋아하나?" 생각이.
민철 아니, 그건 인아가 신경 쓰여서 그랬던 거지.
인아 언니는 오빠랑 십 년 가까이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예쁘고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오빠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막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는 거예요. 언니에 비하면 나는 오빠랑 함께 한 시간도 많지 않고, 언니에 비하면 부족한 것 같아서.
민철 에이, 그런 말이 어딨어. 왜 그렇게 생각해. 인아야 그건 아냐. 내가 보기에 인아는 충분히 똑똑하고 현명해.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아도 앞으로 쭉 함께 하면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평생.
인아 (얼굴이 달아오르자 고개를 돌려 볼을 만지는 인아)
민철 (인아의 어깨를 잡아 품에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