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28-

감격

by 간서치 N 전기수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알리 아브달이 추천한 책 중에 오스틴 클레온이 쓴 <Show Your Work>이란 책이 있습니다. 다음은 그 책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We're all terrified of being revealed as amateurs, but in fact, today it is the amateur-the enthusiast who pursues her work in the spirit of love (in French, the word means "lover"), regardless of the potential for fame, money, or career-who often has the advantage over the professional. Because they have little to lose, amateurs are willing to try anything and share the results. They take chances, experiment, and follow their whims. Sometimes, in the process of doing things in an unprofessional way, they make new discoveries. "In the beginner's mind, there are many possibilities," said Zen monk Shunryu Suzuki. "In the expert's mind, there are few." p15


제가 지금까지 <유치뽕짝 드라마>를 브런치에 연재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 한 번 인용해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176 민철 모 댁 부엌


저녁 준비하는 민철 모.

인아가 조심스레 들어온다.


인아 어머니.

민철 모 와? 아가?

인아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나 해서요.

민철 모 아서라. 아서. 세 명이 먹을 저녁 차리는 게 무삼 일이라고 돕고 자시고 있겄냐. 그냥 가서 민철이랑 있어라.

인아 아니에요, 어머니. 어제오늘 저희 때문에 수고하셨는데 저녁만큼은 제가 할게요. 그리고 저 어머니께 드릴 말씀도 있고.

민철 모 내게 할 말이 있다고? 무슨 말인디? (부뚜막에 걸터앉는다)

인아 저기, 실은 어머니~~~~~~제가 한 번

민철 모 갔다 왔다고?

인아 (민철 모 말에 놀라) 예. 어머니 어떻게 그걸~~~

민철 모 민철한테 들었다. 와, 나한테 그거 말하려 했나?

인아 (작은 소리로) 예.

민철 모 난 괘안타. 아가, 니가 그 말하려고 고민 마이 했나 보다.

인아 (어색한 웃음)

민철 모 (인아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난 상관없다. 네가 처녀면 어떻고 이혼녀면 또 어떻냐. 요즘 시대 이혼이 큰 잘못도 아이고. 내는 니랑 민철이랑 행복하게 잘 살면 된기라. 그러니 그걸로 맘 쓰지 말거래. 알았나?

인아 (울면서) 예, 어머니. 고맙습니다.

민철 모 (등을 다독이며) 아가, 울지 마라. 울 것 없다. 울 것 없다 (인아를 안아 준다)


#177 작은 방


인아가 눈물을 닦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민철 (누워 있다가 인아를 보고 벌떡 일어난다) 아니, 인아야 왜 울어?

인아 (눈물을 훔친다)

민철 왜 우냐니까? 울 엄마가 뭐라 그랬어?

인아 아니요. 그냥 어머니가 너무 좋아서요.

민철 어?~~~~~~난 또 엄마한테 혼난 줄 알았잖아.

인아 혼내긴요. 제게 좋은 말씀만 해주시던데요.

민철 울 엄마가 뭐라 그랬는데?

인아 제 과거 신경 쓰지 않으니 오빠랑 잘 살라고.

민철 또?

인아 오빠한테 잘해 줘서 고맙다고.

민철 그럼 그렇지. 울 엄마 그런 분 아니지. 엄니가 그랬다니까. 인아 시집살이시킬 생각 없다고. 같이 살 생각 없으시다고.

인아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민철 어!

인아 (다시 울기 시작한다)

민철 아니 왜 또 울어.

인아 왜 울긴요. 감격해서 울죠.

민철 아니 뭐, 그런 걸로 감격해? 감격할 것도 많다. 이리 와. (인아를 안고 달랜다)

민철 모 (소리) 야들아. 저녁 먹으라.


#178 안방


밥상 주위에 세 명이 앉았다.


민철 모 이거 새 애기가 차렸다 아이가. 어린 게 음식도 잘하고. 복덩이다 복덩이.(인아의 엉덩이를 다독인다)

민철 엄니, 제 집 냉장고에 인아가 해준 반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민철 모 그랴냐? (인아 보고) 아이고 아가. 참말로 고맙대이. 내는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디 네가 그리 챙겨준다니 근심 하나 덜었다. 아가, 참말로 고맙다.

인아 (웃으며) 네.

민철 모 (민철 보고) 니가 아내 복이 있나 보다.

민철 엄니는 뭐 며느리 복 없는겨?

민철 모 맞다 내도 며느리 복이 있다. 하하하


#179 부엌


설거지하고 있는 인아.

민철이 두 팔을 걷고 인아에게 다가온다.


민철 저녁은 인아가 했으니까, 설거지는 내가 할게.

인아 괜찮아요. 그릇 몇 개 안 돼요.

민철 그니까. 내가 한다고.

인아 싫어요. 그냥 제가 할게요. 오빠는 그냥 거기 있음 돼요.

민철 엄마가 뭐라 할까 봐 그래?

인아 그냥 제가 하는 게 맘 편해요. 금방 끝나요.


민철은 인아가 설거지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설거지를 마친 인아 손을 닦으며 민철에게 다가온다.


인아 (사과와 과도를 챙기며) 오빠!

민철 왜, 인아야?

인아 (사과를 깎으며) 오늘은 오빠 혼자 잘래요?

민철 응? 그럼 인아는?

인아 오늘 밤은 어머니랑 자려고요.

민철 어?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인아 그럼 오늘 밤만 오빠 혼자 자는 거예요.

민철 어. 알았어.

인아 가요.


인아가 과일 접시를 갖고 나가는데, 민철이 뒤에서 안는다.


민철 고맙다. 인아야. 엄마한테 잘해줘서.

인아 (한 손으로 민철의 팔뚝을 감싼다)


#180 안방


민철 모 누워 있다.


인아 (소리) 어머니! 저 잠시 들어갈게요.

민철 모 (고개 돌려) 어, 그래 들어와라.


베개를 안고 들어오는 인아.


인아 어머니, 저 오늘 어머니랑 자려고요. 그래도 되죠?

민철 모 어? 어, 그랴.


민철 모 옆에 다가와 민철 모 쪽으로 눕는 인아.

민철 모에게 파고든다.


민철 모 아이고, 아이고 요 하는 짓 좀 보래이. 내 사마 이제 딸 가진 부모 하나도 안 부럽다.

인아 정말요?

민철 모 (인아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는다) 하모. 하모. 그러고 보면 사주팔자가 맞는갑다. 대사 말이 말년에 대운이 터진다 하더니만, 아가 니가 내게는 대운인가 보다.

인아 (민철 모 보고 웃는다) 어머니.

민철 모 와, 아가?

인아 오빠 어릴 때는 어땠어요? 오빠 어릴 때 얘기해주세요.

민철 모 민철이 어릴 적 야기?

인아 네.

민철 야, 말도 마라. 내 갸 때문에 속 엄청 썩었다 아이가. 갸가 ~~~~~~


안방 문 앞에 서 있던 민철이 두 여인의 웃음소리에 웃으며 방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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