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의 전기수 이야기-5-
"보람 있는 일이죠. 월요일에는 밀레이(미국의 시인-옮긴이)를, 수요일에는 휘트먼을,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우리들의 공식적인 슬로건이죠"23
몬태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아마 죽었을 겁니다. 전 지금 그 소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달랐습니다. 어떻게, 정말 어떻게 그런 사람이 생겼을까요?"
비티는 웃었다.
"여기적기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지. 클라리세 매클런 말이지? 그 애 가족에 대한 보고서가 있어. 하나하나 신중하게 검토했지. 유전이나 환경은 참 재밌는 거야. 그 기묘한 특질은 그저 몇 년만 지나면 벗어 전질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집안 환경은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것들을 깡그리 없애 버릴 수도 있어. 그래서 유치원 입학 연령을 해마다 낮춰서 지금은 강보에 싸인 아기를 낚아챌 정도까지 이른 거야. 우리는 매클런 일가가 시카고에 살 때부터 경고했지. 책을 찾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야. 그 삼촌이라는 는 복잡한 기록을 갖고 있어. 반사회적인 인간이지. 그 소녀? 그 앤 시한폭탄이었다고 가족들은 그 애의 잠재의식을 부추겨 왔던 게 틀림없어. 학교 기록을 보면 확실하지. 그 앤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알고 싶어 했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지. '왜"'라고 의문을 품고 그걸 고집할수록 불행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야. 그 불상한 애는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그래요. 그리고 죽었지요."
"다행히 그런 별난 애는 흔하지 않아. 처음부터 싹을 없애버리니까. 못이나 ㅁ나무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지. 집을 갖고 싶지 않다면 못이나 나무를 숨겨 버리면 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정치적으로 불행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양면을 가진 질물을 해서 그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 대답이 하나만 나올 수 있는 질문만 던지라고. 물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제일 낫지. 전쟁 같은 일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 버리게 하는 거야. 무능하고 불안하고 세금만 많이 걷는 정부라고 해도 그나마 있는 편이 사람들이 걱정 근심에 싸인 것보단 나은 법이지. 몬태그. 평화라고 경품 대회를 열어. 그래서 대중 가요 가사나 수도 이름, 또는 아이오와에서 작년에 옥수수를 어떻게 재배했는지를 잘 외우는 사람한테 상을 주는 거야. 사람들한테 해석이 필요 없는 정보를 잔득 접어넣거나 속이 꽉 찼다고 느끼도록 '사실'들을 주입시켜야 돼. 새로 얻은 정보 때문에 '훌륭해'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그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거야. 그렇게 주입된 '사실'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을 얽어매려고 철학이니 사회학이니 하는 따위의 불안한 물건들을 주면 안돼. 그런 것들은 우울한 생각만 낳을 뿐이야 지금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벽면 텔레비전이 달린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우주를 계산하고, 평가하고, 등식화하려는 사람보다 더 행복해. 뭘 평가하고 등식화한다...... 114
"우선 첫 번째, 당신은 이와 같은 책들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소? 왜냐하면 이런 책들은 좋은 '질'즐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질이라는 건 과연 무슨 뜻인가? 내게는 짜임새를 의미하고, 책은 아주 세밀하게 짜여진 것이오. 아주 작은 숨구멍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붙어 있소, 자기 나름의 뚜렷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단 말이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여전히 짜임새가 눈에 보일 정도로 아주 세밀하게 엮인 것이오. 현미경을 통해서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발견할 것이고 끊임없이 넘쳐 나는 이야기와 깨달음을 발견할 것이오. 그 현미경을 통해서 한 제곱 센티미터마다 얼마나 많은 숨구멍들이 보이는지. 책장 하나하나마다 진실한 삶의 이야기들을 얼마나 많이 얻을 수 있는지, 이것이 내가 내리는 '질'의 정의요. 그렇지만 질이 좋은 책도 읽는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하면 빛을 못 보지. 아무튼 내 생각은 이렇소. 세밀하게 이야기하라. 생생하게 이야기하라. 좋은 작가들은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담지만, 그저 그런 작가들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쓱 어루만지고 지나갈 뿐이오. 아주 형편없는 작가들은 삶의 이야기를 제멋대로 농락한 뒤에 파리똥이나 샇이는 신세로 내팽개쳐 버리지요. (후략)" 153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만일 세상이 바뀌어서 책을 읽지도 소유하지도 못하게 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지금은 불을 끄는 소방수가 그 시대에는 방화수로 물로 불을 끄는 사람이 아니라, 불로 책들을 태우는 직업으로 바뀐다.
방화수 몬태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낀다. 그런 와중에 아주 특별한 여자 아이인 맥클런을 만나 그런 감정은 더욱 깊어진다.
책을 태워야 하는 방화수지만, 상사 몰래, 이웃들 몰래 벽장에 책을 숨겨 읽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거리에서 과거 대학 교수였던 사람도 만나 회의는 확신으로 바뀌고 아내에게도 그런 정신을 전하려고 하지만, 아내는 이를 거부하고 도리어 남편을 불법 책 소지자로 고발을 한다. 졸지에 범법자가 된 그는 과거 자신의 상사였던 비티와 동료들에 의해 몬태그의 집은 화마에 사로 잡힌다. 그 후에 몬태그는 도망자로 전락하고 전직 대학교수가 알려줬던 아웃사이더들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끝끝내 그들을 만나 자신을 찾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디스토피아 전문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 책은 이처럼 책들이 사라진 암울한(?) 시대를 묘사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국가가 국민들의 '계몽'을 두려워하여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통해 주입식 교육을 한다. 이유는 바로 국민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건 아마도 국가가 제일 두려워 하는 건 계몽된 국민이기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도 과거 전두환 정권 시대에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 하게 만들기 위해 흔히 '3S' 정책을 시행했고 언론을 장악했다. 그래서 프로야구와 프로 씨름이 등장했다.
요즘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많이 줄었다. 지금의 3S에는 스마트 폰이 있다. 나도 남들이 스마트 폰 중독자라고 할만큼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편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전자책을 보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불필요한 검색도 많이 하는 것 같다.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적지 않은 시간을 빼앗는다. 그러다보니 부수적으로 얻는 게 목 디스크다. 그 때문에 재활의학과 치료도 받았었다.
시대는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변하는 것이든, 변하지 않은 것이든, 가장 확실하게 얻는 방법은 책이 가장 확실하다. 책은 나보다 많이 알고 지혜로운 사람들 사고의 고갱이를 가장 적은 가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취득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시금 책의 가치를 깨닫고 책의 시대가 찾아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