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철학-명상록

간서치의 전기수 이야기-6-

by 간서치 N 전기수

예민한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 우주가 돌아가는 것들을 보는 경우에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 심지어 부차적인 현상들조차도 그를 기쁘게 해주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야수들이 입을 벌리고 으르렁대는 실물의 모습 속에서도 화가와 조각가가 모방해서 그리거나 조각해서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놓은 것들을 볼 때와 똑같은 감흥과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또한 그런 사람은 노인에게서는 특별한 성숙의 미를 보고, 맑은 눈을 지닌 아이들에게서는 순수한 젊음의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많은 예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연과 자연이 하는 일들을 진정으로 보는 눈을 지닌 자들만이 느낄 수 있다. p55


우리의 정신을 위대하게 하는 데 가장 크게 이여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체계적이고 정직하게 살피는 능력이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사용해서 우주의 본성이 무엇인지, 어떤 행동이나 일이 우주의 본성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그것이 우주 전체와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고찰해야 하는데, 인간은 우주라는 저 최고의 국가의 시민이고, 다른 모든 국가들은 단지 저 최고의 국가의 권속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는 지금 내 생각 속에서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이고,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본성에 따라 얼마 동안이나 지속될 것이며, 그것은 네게 온유함, 용기, 진실함, 성실함, 정직함, 소박함, 자족함 등과 같은 미덕들 중에서 어떤 미덕을 요구하는지 물어야 한다. p62-63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네 자신이라는 이 작은 공간 속으로 물러나 쉴 생각을 하라. 무엇보다 고민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라. 네가 자유인으로서 네 자신의 주인이 되어, 한 사람의 남자이자 인간이자 시민이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사물을 바라보라. 네 마음에 새겨두고 늘 반추하고 돌아보아야 할 두 개의 원리가 있다. 하나는 외부에 있는 사물들은 외부에 있어서 너의 혼을 지배할 수 없고 너를 흔들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은 언제나 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판단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네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라. 우주는 변화이고, 삶은 의견이다. p70


우주는 단일한 실재와 단일한 정신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 만물은 우주의 단일한 생각으로 돌아가고, 우주의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장래에 존재하게 될 모든 것들의 공동의 원인들이고 또한 만물은 수많은 실들이 서로 촘촘하게 짜여저서 이루어진 하나의 피륙과 같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라. p83


석공들이 성벽이나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서 거대한 네모난 돌들을 차곡차곡쌓아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아구가 잘 맞아서 하나의 통일적인 건축물이 되어 가는 경우에 그 돌들이 서로 "잘 맞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이 서로 아구가 "잘 맞는다"고 말할 수 있다. 만물 속에 오직 하나의 조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를 이루는 모든 사물들이 서로 결합되어 하나의 통일체로 존재하듯이, 사람의 운명을 이루는 모든 원인들도 서로 결합되어 하나의 통일된 원인이 된다. p93


자신의 본성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그 어떤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에게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일들이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에게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일들이 있지만, 그들은 자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또는 자신의 담력과 용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낸다. 무지와 허영이 지혜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p99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나 이제 생성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우리를 지나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지를 자주 생각하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과 같다. 그 활동들은 늘 변화하고, 그 원인들은 무수히 다양해서,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네 앞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과거라는 무한한 시간과 미래라는 무한한 시간이 있고, 모든 것들은 거기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단 한 가지라도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우쭐해져서 자랑하거나 심난해하거나 자신의 고통스러운 운명에 분개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멍청이가 아니겠는가.


너라는 존재는 우주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네게 할당된 시간은 무한한 영겁의 시간 중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아주 적은 것이며, 너의 운명은 한없이 거대한 운명의 아주 작은 한 분깃일 뿐임을 늘 기억하라. p101


어떤 것이든 그 속을 꿰뚫어보라. 어떤 것이든 그것이 지닌 특별한 속성이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p108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 만물은 서로 간에 밀고 당기는 운동, 하나의 동일한 정신을 통한 서로 간의 공감, 모든 존재의 하나됨으로 인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p121


네 안에는 우주의 원리들이 담고 있는 관념들이 있고, 그 관념들은 네게서 없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그 원리들이 죽어 없어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원리들이 늘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은 너의 몫이다.(후략) p129


감각에 의해 받아들인 인상들을 지워 버려라. 정념들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되지 말라. 네 눈 앞에 있는 현재라는 순간에 집중하라. 너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인식하라. 모든 일을 원인과 질료에 따라 구분하고 분석하라. 네가 죽게 될 저 마지막 순간을 늘 염두에 두라. 다른 사람이 네게 저지른 잘못은 그 잘못이 시작된 곳에 그대로 두라. p137


네가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신들을 경외하는 자로서 네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 만족하는 것,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정의롭게 대하는 것, 그 어떤 불순한 것도 너의 생각 속으로 몰래 들어오지 못하게 너의 생각 속에 현재적으로 생겨나는 모든 인상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아니다. p143


첫째로, 허둥대거나 놀라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라. 모든 것은 우주의 본성을 따르고, 얼마 후에 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나 아우구스투수 황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둘째로, 지금 네게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그 일의 진실을 보고, 네가 해야 할 것은 선한 자가 되는 것임을 명심하고서, 인간의 본성이 요구하는 것을 즉시 흔들림 없이 행하고,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하되, 언제나 선의를 가지고서 겸손하고 거짓 없이 행하고 말하라. p153


너의 인생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고 생각해 봄으로써 네 마음이 짓눌려서 압도되게 하지 말라. 네가 과거에 겪었고 미래에 겪게 될 온갖 괴로운 일들을 한꺼번에 다 생각하지 말고, 현재 네가 당면한 일에만 집중해서, "이 일은 내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인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너는 네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지게 될 것이다. 너를 짓누르른 것은 언제나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현재만을 따로 떼어놓고서 바라보고, 그렇게 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밝혀진 현재의 일을 네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너의 나약한 마음을 채찍질한다면, 네가 짊어져야 할 짐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p162


현재의 이 시간을 네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물로 만들어라.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는 데 더 몰두하는 자들은, 지금 그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후세 사람들이나 다 똑같은 사람들이고 영원히 살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후세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입방아를 찧어대고 너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내린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p165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환영하라. 죽음도 자여의 뜻 가운데 하나다. 왜냐하면, 죽음이라는 것은 인생을 이루는 여러 계절들을 따라 사람이 젊음에서 노년으로 성장하고 성국하며 이가 나고 수염이 자라며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생식과 잉태와 출산을 하는 이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모든 과정 중 하나인 해체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죽여 달라고 조르거나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자연의 여러 과정 중 하나로 여기고서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이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이 취하여야 할 합당한 태도다. 네 아내의 태에서 아기가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너의 혼이 육신이라는 이 거푸집에서 빠져나갈 때를 기다려라. p174


사람들이 너를 욕하거나 미워하거나 너에 대한 이런저런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면, 그들의 마음과 생각으로 접근해서 내면을 통찰해서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를 보라. 그들이 너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든, 그런 것으로 인해 네가 괴로워하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들을 선의로써 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들은 본성적으로 너의 친구들이고, 신들도 꿈이나 신탁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들 중에서 적어도 일부는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p181


인간이여,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연과 본성이 지금 이 순간에 네게 요구하는 일을 하라.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하되, 다른 사람들이 그런 너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서 주위를 둘러보지 말라. 플라톤이 제안한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지 말고, 지금 네게 주어진 일에서 아주 작은 진전을 이룬 것에 만족하고, 그런 결과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말라. p182


지금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고려를 하지 말고 용감하게 그 일에 매진하고 곁눈질을 하지 말라. 하지만 그 일이 네 눈에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 자리에 멈추어서 가장 훌륭한 조언자들의 말을 듣고서 그들이 가르쳐 준 길로 나아가라. 그런 후에 그 길로 나아가다가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현재 네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서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되, 정의임이 분명한 것을 붙들어라. 정의를 이루는 것이 최고의 선이고, 정의를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실패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서 이성을 따르는 사람은 여유로우면서도 무기력하지 않고 침착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p198


네가 해낼 수 있는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일조차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라. 왼손은 다른 모든 것들을 행하는 데는 오른손보다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말 고삐를 단단하게 잡는 일에서는 오른손보다 더 나은 법이다. p232-233


너의 마음과 생각에 들어오는 어떤 인상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그것을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바라보라. 그런 인상을 네게 만든 바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그것을 생겨나게 한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는 무엇이며, 그것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느 기간 동안 존속하다가 소멸될 것인지를 분석해서 전체적으로 파악하라. p234-235


인생에서 구원은 무슨 일이든 그 일을 전체적으로 보아서 그 본질을 이해하고, 그 일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와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구분해서 살펴보며, 바른 행동을 하고 참된 말을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데 있다. 한 가지 선행을 하고 나서는 조금의 틈새도 허용하지 않고 즉시 또다른 선행을 행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선행을 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것 외에 인생에서 또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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