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투안 이야기
국내 극장 티켓값 논란을 보다 보니 예전에 더우인에서 본 중국 1등 생활서비스 플랫폼 메이투안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 번 써봅니다. (화자는 워워투안이란 그 당시 메이투안에게 밀린 공동구매플랫폼 부대표)
1. 2011년의 중국 IT 스타트업계는 시끌벅적했습니다. 천단대전(천 개의 단체구매 플랫폼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인재들이 거액의 투자를 받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겨루고 있었죠. 당시 시장 1위는 라쇼우왕, 2위는 워워투안이었고 워워투안은 이미 기업가치 2.5억 달러를 넘기며 1억 달러 남짓의 메이투안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2. 당시 공동구매에서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매장을 영업해서 플랫폼에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워워투안은 강력한 오프라인 영업팀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엄청난 확장을 했다고 합니다. 100개 도시까지 확장했을 때 메이투안은 겨우 20개 정도 도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워워투안이 4000만 달러 투자까지 받으며 1위 업체를 따라잡을 준비를 하던 순간, 메이투안이 1년간 준비한 필살기를 시작했습니다.
3. 원래 공동구매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즉 트래픽이 가장 몰리던 상품은 영화표였습니다. 당시 중국 영화관의 표 판매는 유통상들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한 영화관에서 연간 티켓 판매량이 50만 장이라면 유통상들이 10만 장 정도를 25위안에 선구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신문 가판대 등에서 3-40위안 정도에 팔곤 했죠. 당시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었고, 통일된 가격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영화관 내부 좌석 지정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버전이 없어 약 160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했답니다. 메이투안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거대한 트래픽과 그를 둘러싼 문제를 보고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 한 것이죠.
4. 먼저 전국 영화관 좌석지정 시스템 160개의 API를 한곳으로 모았습니다. 즉 메이투안에서 소비자가 직접 전국 영화관 극장표 예매가 가능해졌습니다. 그 후 메이투안은 영화관과 협상을 시작합니다. 당시 티켓가격인 30-40위안은 중국 3,4선 도시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죠. 메이투안은 영화관에게 "6시 영화 상영인데 5시 50분까지 안 팔리면 좌석을 버리게 되니, 싸게라도 팔자"고 설득해 5위안에 매입했다고 합니다. 이미 트래픽이 자신들에게 몰리고 있어 어떻게든 극장표를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제안이었죠. 그리고 초대박 상품인 9.9위안의 티켓이 탄생합니다.
5. 이 시점에서 워워투안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개발팀에게 메이투안과 유사한 영화관 예매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지만, 약 2달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미 전쟁은 끝나 있었습니다. 메이투안은 그 사이 영화관과 50만 장의 표를 독점 판매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고객 경험이 더해지자 소비자들은 모두 메이투안으로 몰렸고, 메이투안은 이 기세를 이용해 영화 관람 후 근처 식당이나 네일숍 등의 공동구매 할인 쿠폰까지 제공하면서 9.9위안 영화표로 약 150위안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6. 중국 3,4선 도시의 청년들은 한 달에 2000-3000위안의 월급을 받으며 연인과의 데이트 시 80위안을 써가며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이제 인당 9.9위안으로 영화데이트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시장은 당연히 열광했고, 치열하던 천단대전은 메이투안에게 완전히 승기가 넘어가게 됩니다. 워워투안은 그때서야 기술이 가져오는 생산성의 폭발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영업팀을 진두지휘하며 오프라인 업체들의 입점에 힘쓸 때, 메이투안은 전국 160개의 영화관 좌석지정 프로그램을 한 번에 통합해 트래픽을 끌어모으며 게임을 끝내버린 것이죠. (메이투안은 이 천단대전 후에 배달 시장에도 뛰어듭니다. 거기서도 기존의 1위 업체를 제치며 승리를 거둡니다.)
7. 후발 주자로서 게임을 뒤집기 위해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지,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만들어내며 시장을 장악하기까지의 메이투안의 전략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10여 년이 흘러 지금은 100조 기업이 된 메이투안... 하지만 성장할수록 더 큰 경쟁자들이 있는 또 다른 리그가 있는지, 저렇게 잘 싸우고 승리를 거듭하던 메이투안도 요즘에는 더우인(틱톡)의 기세에 밀려 글로벌 진출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해외로 진출할수록 결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게 될 텐데, 어떤 준비를 하고 그들과 경쟁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