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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일생 Dec 13. 2021

사랑의 빚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요즘 자의이든 타의이든 티비시청시간이 늘었다. 식탁에 앉아서도 티비를 시청할 수 있는 구조때문에.


그렇게 타의로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주제는 생체시계였다. 여러가지 세부적인 주제가 있었는데 병에 따라 제일 고통스러운 시간대가 다르고 그에 따라 어떤 시간에 약을 먹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가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의 개념을 더했기 때문에 4차원치료라고도 얘기했다. 순간 나도 4차원인데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항상 남들보다 한 템포 느려서 되는 4차원.


그리고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일정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그 잠은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고 박사는 말을 했다. 빚을 갚듯이. 학생때부터 그랬다. 밤을 새서 몇일을 과제하고나면 주말에는 16시간을 자기도 했으니까. 하루만 못자도 다음날 낮잠을 자야하거나. 원치않아도 빚쟁이가 찾아와 잠의 빚을 청산해갔다. 하루에 3-4시간을 자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버틸까 했는데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끝없는 잠에 남들보다 일찍 들게될거라고.


뜨개인형을 만들고 있으면 손은 바쁜데 뭔가 무료해진다. 듣거나 보거나인데 금쪽같은내새끼를 틀어놓고 듣는다. 입양아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입양이라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는데 2돌이 지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연장아 입양이라고해서 자아가 형성된 후에 입양이라 신생아 입양에 비해 더 힘이 들 수가 있고 그런 연장아 입양을 결정한 주인공이 선배 입양가족의 엄마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장면에서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입양한 아이가 몇살이든 현재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모두 받아야 하고 그때 하지 못한 과업들을 다 해야하며 절대 건너뛰지 않는다. 한살부터 다시 키운다고 생각하고 키워야 한다."


입양아뿐 아니라 보편적인 진리로 다가왔고, 두고 온 나의 아이들과 어릴 적 내 나름의 결핍에 대한 상처를 건들이는 말이었다. 금쪽상담소는 성인(지금까지는 연예인) 대상의 상담인데 언제나 오은영박사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묻는다. 어린 시절 충분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의 빚 또한 언젠가는 꼭 갚아야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빚을 진 사람이 꼭 갚으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 빚은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든,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나서든, 혹은 내가 낳은 아이들을 통해서든, 나 자신을 통해서든 갚아지지 않으면 분명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어렸을적부터 부모님이 모두 늦은 밤에 귀가하셨고 조부모와 함께 지냈다. 어쨌거나 물리적으로 부재가 있었고 그건 꽤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엄마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원하든 원치않든 그런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영향은 대물림이 된다. 나도 엄마도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고 대부분을 속으로 삭인다.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30대 후반이 되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되었다.


내가 두고 나온 아들들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될까. 어린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굉장히 눈치 보이고 맘이 편치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엄마는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계속 한다.


사실은 내가 제일 속상해. 그런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전해야하지만 ‘나도 몰라’라는 퉁명스러운 말이 되어 나온다. 난 그렇게 내가 가진 사랑의 빚을 청산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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